비는 언젠가 그칩니다

아련함: 말할 수 없는무언가1

by 오래된 독서가


장마는 한국의 여름의 전초라고 할 수 있다. 장마가 끝나면 무더운 더위가 시작되고, 매미소리가 온 동네에 가득 찬다. 더위가 오기 전의 장마 중에는 맑은 하늘을 보기가 어렵고, 습한 공기로 인해 건강도 해치기 쉽다. 그렇기에 항상 날씨 앱을 열어서 비가 얼마나 오는지를 확인한다. 비가 이틀 이상 오기라도 하면 눈을 찌푸리고 울상을 짓는다. 만약 일주일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게 되면, 그날은 아직 비가 오지도 않았음에도 기분이 최악이 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예보가 그렇게 나와도 실제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안도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어차피 비구름이라는 것도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물 입자가 무거워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니깐, 당연히 비 입자가 다 떨어지고 나면 비가 오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일주일 내내 비가 오면 신경 쓰이면서 “비가 오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게 되지만 말이다.


사람이 많은 신경을 쓰게 만드는 장마를 보면 인생의 어려움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를 살면서 몇 번씩 어려움이 찾아와 한숨을 쉴 때가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 장마가 길게 이어지더라도 어느 순간 장마가 끝나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생각은 인생에 꽤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나란 사람은 태생적으로 겁이 많다. 불편한 것도 잘 못 참는 성격이었다. 엄마가 외출을 하면 돌아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어 불안하기도 했고, 수학여행을 갔다가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지? 하면서 잠을 못 잘 때도 있었다. 그 외에도 사소한 것에도 길게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비는 언젠가는 그친다. 아무리 장대 같이 쏟아지는 비도 빗줄기가 약해지고 서서히 멎고 언제 그랬냐는 듯 쨍쨍한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처럼 사람의 어려움도, 그 어려움이 쭉 가지는 않을 거라고. 물론 그 어려움이 지나간다고 해서 상황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어려움으로 인해 계속 나를 힘들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장마가 끝난 후에도 장마의 영향으로 피해를 받아 어려운 사람들이 있어 근심과 걱정을 하게 된다. 그래도 걱정 속에서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비는 계속 내리지 않을 거라는 바람을 말이다. 다행히 여름이 끝나 갈 때쯤 비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도 이것과 유사하지 않을까? 어려움이 휩쓸고 갔다고 해서 악몽은 끝나지 않았지만, 악몽이 지난 자리에서 항상 희망을 바라는 그 모습이 어딘가 인생을 닮지는 않았을까 싶다.


2020.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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