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많이 변했다
아련함: 말할 수 없는 무언가2
여름은 언제나 세 가지의 녀석들과 싸워야 한다. 비, 더위, 모기. 작년에는 맑은 하늘과 쨍쨍한 햇볕으로 무더위와 싸워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주야장천 먹구름이 낀 하늘과 그칠 줄 모르는 긴 장마를 옆에 끼고 살아야 했고, 사무실에서는 내내 습기를 없애기 위해 에어컨을 틀고 또 틀어야 했다.
잠시 잠깐 맑은 하늘을 마주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원래 항상 같이 있던 것들의 소중함을 없어지고서야 깨닫는다고 하는데, 2020년의 여름은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시기다.
우리는 종종 낯익은 것들이 익숙해졌을 때 “세상 참 많이도 변했다” 란 말들을 자주 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생활에 필요한 행동들을 다 할 때도, 교통수단의 흐름이 바뀔 때도 “세상 참 많이도 변했구나.” 하면서 감상에 잠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창밖으로 떨어지는 앞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폭우와 뉴스에서 보게 되는 마을 전체, 도시 전체를 집어삼킨 홍수들이 내가 살던 과거의 지구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그저 관습적으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이야기하고자 할 때 쓰던 그 문장을 마음을 담아 내뱉게 된다.
“아, 진짜 세상 참 많이 변했어.”
내가 기억하던 지구는 이제 과거의 지구가 되었고, 당시의 여름은 그저 비가 많이 와서 축축하고 불쾌한 시기, 장마가 끝나면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시기, 그리고 학교를 가지 않고 마음껏 쉬던 시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낭만도 점점 사라지고 매일매일 날씨가 우리를 얼마나 괴롭힐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일상은 없다. 학교와 회사를 어떻게 가야 할지를 걱정해야 하고, 오늘 폭우에 우리 집은 안전할까?를 걱정해야 하는 계절로 점점 변해 가고 있으니깐.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던 겨울은 겨울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한 겨울이었다. 두꺼운 인기 겨울의류 상품들은 2월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의류 업체들은 재고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과연 2021년의 여름과 곧 다가올 겨울은 또 우리에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줄지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떤 지구가 되어 있을까? 우리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능력은 안 되지만 이 긴 장마를 보내면서 지구의 미래를 고민해본다.
2020. 08. 13
p.s 아니나 다를까, 2021년의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하던 입춘이었던 2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려 큰 불편을 겪었고, 사람들은 이것 역시도 기후변화로 인한 일이라고 했다. 뉴스에서는 빠르게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떠들썩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이제 시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