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것

아련함: 말할 수 없는무언가2

by 오래된 독서가


과학지식을 늘려나가는 게 재미있는 일이 된 것은 3년이 되지 않았다. 내 속에는 지식에 대한 열등감이 존재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덜 아는, 그래서 더욱 많이 보고 배워야 하는. 지금도 그런 마음은 있다. 이전에 비해서는 많이 안다 싶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영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영어 정복은 새해 소망 중 하나다. 정말 기본적인 것들 외에는 알고 있지 않다. 취업이나 입시를 위한 토익 공부하기가 아니라 정말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를 배우고 싶다.


하지만 이제 과학 쪽은 적어도 주변의 지인들에 비해서는 앞서 있다고 자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내 의무교육 시절에는 공부하지 않았던 ‘엔트로피’, ‘중력’, ‘뇌과학’ 등등 굉장히 다양한 것들의 지식을 쌓았다. 평소의 1~2시간은 과학 관련 콘텐츠를 보았고,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보기도 했다.


그중 여전히 신기한 지식이 있다. 바로 본다는 것, 그건 여전히 신비롭다. 과학자들은 본다는 개념을 그저 뇌 속의 전기적 작용이라고 한다. 외부에서 우리 눈으로 날아오는 것도 전기의 성질을 지닌 빛이 우리의 눈에 들어오고 그걸 다시 신경전달물질과 뉴런의 전기적 전달로 영상을 본다고. 그래서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색깔조차 빛이 부딪히면서 빛의 파장들이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은 빛의 파장만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우리는 단순히 물질의 특성에 의해 발생한 색을 보는 것이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밤이다. 내 방 창문 너머 검은 하늘에는 홀로 달 하나가 떠 있다. 다른 빛들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시의 야경의 불빛이 너무 밝아 다른 빛들은 내 눈에 도달하지 못하고 도시의 야경의 불빛에 잠식되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 밤하늘 중에서 달만 볼 수 있다. 나는 지긋하게 한 눈을 감았다. 방금 전까지 두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보이던 달이 한쪽 눈을 가리니 내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이라는 신체의 특성을 알기만 한다면 단순한 내용이다. 우리는 양쪽 눈을 통해 온전한 시야를 가지게 되는데, 그중 한쪽 눈을 가리게 되면 아무리 정면을 보고 있더라도 가리고 있는 눈의 방향의 물체들은 빛이 우리 눈에 도달하지 못해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기하지만 아주 단순한 사실을 과학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이다.


과학지식을 교양으로 배워 가다 보니, 세상에는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질들이 어떻게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도 모두 신기할 따름이다. 한 예능에서 어떤 사람이 그렇게 얘기한 게 기억난다. 공부는 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빼고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난 내가 지금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지를 알아가는 게 좋다. 모르는 것을 하나씩 알 발견할 때마다 항상 새로운 느낌과 경험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겸손해져야 한다는 삶의 지혜도 배우게 된다. 내가 특정 분야에 대해서 보고 배운 것들은 그저 내가 본 자료와 저자들의 의견과 시선일 뿐, 내가 아직 보지 못한 자료와 저자들의 의견도 있다는 걸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


나는 그래서 과학이 재미있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에 엄청 감사하다. 과학이란 도구를 통해 매일 만나게 되는 세상이 새롭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 같기 때문에.


2020. 07.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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