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함: 말할 수 없는무언가2
중학교 때의 꿈은 소설가였다. 당시 나는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 몰랐고, 꿈이라는 것도 없었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읽기 시작한 판타지 소설들을 읽으면서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면서 들어오는 가상의 세계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머릿속으로 나만의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때론 내가 본 애니메이션의 이후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처음 글을 써보기로 결심했을 때는 소설이라는 게 별 거 없겠거니 싶었다. 누구나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워드에 문장을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하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도전했다. 나도 아주 화려하고 이야기들이 복잡한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어 장편소설을 적으려고 했지만, 쓰다 보니 전개가 막혀 포기하고 단편소설을 중심으로 써 내려갔다. 단편소설은 장편소설보다 쉬웠다. 머릿속으로 주제와 이야기의 전개, 사건, 등장인물 정도만 생각하면 나의 수준에서는 그래도 단편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야기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이 뛰어난 수준으로서 소설가라는 꿈을 이룰 정도는 되지 않았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고, 내 딴에는 작품이라 부르는 단편소설들을 하나 두 개씩 쓰다가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학카페에 내 글을 올려보면서 여러 지역의 책을 좋아하는 덕후들도 알게 되고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교류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는 ‘웹진 거울’이라는 문학사이트에 내가 적은 작품들을 올려보고 현직의 작가들을 통해 평을 받아보기도 했다. 누군가가 내가 적은 글을 평가하는 것은 지금도 글이 아니더라도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인데, 어렸던 당시의 나에겐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계속 글을 썼던 건 평가 속에서의 작은 칭찬을 통한 내 글에 대한 따뜻한 말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더욱 내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백일장에도 나갔지만, 나보다 실력이 좋다 싶은 친구들이 많아서 백일장에서 대상 같은 상을 타보는 것에는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고 2학년이 되었을 때쯤 ‘글틴’이라는 청소년 문학 사이트를 알게 되었고, 거기에도 내 글을 올려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켜보았다. 그곳은 청소년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긴 했다. ‘글틴’이라는 곳에서는 매주 우수작을 선정하고, 매주 선정된 우수작 중에서 ‘매월 우수작’의 선정한 후, 그 매월 우수작 중에서 ‘대상, 우수상’을 선정했다. 나는 매주 우수작에는 종종 선정되기도 했지만, 매월 우수작과 ‘대상, 우수상’ 같은 것에는 인연이 없었다. 항상 우수작을 공지해주는 날만 되면 기대감에 사이트를 들어가 보기도 하고 했는데, 내 아이디가 없는 경우에는 꽤 허탈감이 컸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썼다. 언젠가는 계속 글을 올리다 보면 ‘대상, 우수상’이라는 ‘입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면 나중에 대입 때 당당히 적을 수 있는 이력이 될 것이고, 소설가가 되는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시기 열심히 쓴 것만큼 나는 소설가가 되었나? 하면 나는 지금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다른 20대, 30대의 청춘들처럼 직장을 고민하고, 나의 생계에 처절하게 걱정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열심히 ‘웹진 거울’과 ‘글틴’에 소설을 써서 올리던 시기가 별 의미 없던 시기는 아니었다.
이 시기를 통해 나는 굉장히 많은 책들을 읽었고, 내가 직장을 구할 때나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할 때에도 덜 어렵게 만들었고, 비교적 내 또래에 비해서 논리적인 글을 쓰는 아주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가끔 글을 잘 쓰는 게 과연 얼마나 내 생계에 도움이 되는가? 그때의 나의 경험과 추억들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때 글을 쓰겠다고 도서관에 박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다양한 사회 지식 등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도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꼭 소설가 란 명칭에 목을 매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 내 감정을 담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읽어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책을 내어 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것이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다.
달라진 나는 글을 쓰는 게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지금도 내가 글을 잘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의 생각을 미술도구를 사거나 하듯이 큰돈을 드리거나 배우지 않더라도 표현할 수 있는 건 ‘글’을 쓰는 수밖에 없다 싶다. 그래서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앞으로도 글을 써볼까 한다. 정말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2021. 0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