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함: 말할 수 없는무언가1
가을과 겨울이 되면 어제와 똑같았던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른 느낌을 준다. 봄과 여름에 비해 굉장히 공간이 텅 비어 있는 듯 느껴지고, 마음도 그렇게 느끼게 된다. 실제적으로도 온도가 낮아지기에 우린 더욱 사람들과 밀접하게 보내려고 파티를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연말은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들어내는 추억의 공장과도 같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년에는 그 추억 공장을 멈춰야만 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시점에서는 다행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 겨울이 백신이 없이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라고, 12월이 가기 전 코로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내년이 어두울 것이라는 상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것도 다른 전염병들처럼 금방 사그라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 질병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절망과 공포가 엄습했고, 엄습한 공포는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공포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렸다, 원래 마스크를 사용하고 서로 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생활을 해왔던 것이라 착각할 정도로 익숙한 생활들을 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된다. 더 이상 백신이 언제 나오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백신이 나올 수 있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다들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사람들이 이 상황을 낙담하고 체념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내년만 지나면 우린 분명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 말에 사람들은 안도의 탄식을 내고, 믿기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우리의 모든 삶을 바꿔버린 상황에서는 실감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나는 가을과 겨울이 되면 항상 로망을 떠올린다. 따뜻한 코트를 입고 사람들과 오순도순 모여 잡담을 나누는, 그 자리에는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는 음료들이 탁자 위에 있다. 그러나 올해 가을과 겨울은 그런 로망을 즐기기에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 차갑다. 이번 동절기는 아마 그 어떤 동절기보다 춥고 외로운 시기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 속의 희망은 절망이 지나간 뒤에 발견하게 되었고,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은 가장 어둡다"고 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럴지도 모른다. 절망이 지나가고 있으며, 해뜨기 직전의 새벽에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마무리하며 가수 이적의 ‘당연한 것들’을 듣는다. 당연하게만 생각해왔던 것들을 다시 마음껏 누려볼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면서
2020.11.09
p.s 다행히 2021년 가을로 접어드니 길고 긴 어두운 시간들이 지나가는 것 같다.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종말을 기대하였지만, 그 기대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상의 회복을 내년에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