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야를 책임 지는 동반자

[아련함: 말할 수 없는 무언가2]

by 오래된 독서가


안경을 쓰지 않았을 때 안경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안경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릴 적 추억담으로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안경을 쓰기 위해 기를 쓰고 눈이 나빠질 행동들을 했다는 추억은 아주 보편적인 레퍼토리다.


스무 살 초에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안경이 없어도 보는 것엔 큰 문제가 없었고, 가까운 거리의 물체도 아주 선명했다. 안경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고, 안경을 쓰는 것 자체만으로도 외형적으로 있어 보이기도 하니깐 나도 호기심이 갔다. 나에게 안경이 필요한 물건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내 눈의 상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니 안경을 맞출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안경을 맞추게 된 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데 멀리 있는 큰 화면이 흐리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먼 거리의 물체들을 좀 더 선명하게 보고 싶었던 나는 처음으로 안경원을 방문하고는 나의 시력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난시와 원시가 있기에 멀리 있는 게 흐릿하게 보였던 거였다.


안경을 처음 맞춘 후 나는 완전히 신세계를 보았다. 멀리 있던 사물들이 똑바로 보였다. 시력이 좋은 시력이 좋은 사람들은 평소에도 “이런 선명한 세상을 바라보았구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안경을 맞춘 후에 안경을 쓴 나를 본 친구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안경 쓰기 전에는 눈이 흐릿 멍텅 한 눈이었는데, 지금이 나은 것 같다”라고 말하던 친구의 말도 충격이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았을까 싶었다. 아마도 나를 조금은 눈이 어벙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그때 이후부터 나는 지금까지 쭉 안경을 쓰게 되었다. 처음에 안경을 썼을 때는 불편하기도 했다. 안경테가 나에게 맞지 않아서 항상 조금 삐딱하게 썼다. 또 쓰고 있어도 흔들거려 달리면 안경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그래서 쓰다 안 쓰는 걸 반복했다. 그러다 점점 더 멀리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그런 불편함보다 선명하게 보기 위해 평소에도 안경을 쓰게 되었다.


가끔 주변 지인들이 라식이나 라섹 수술을 받았다고 하면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안경의 도움 없이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하지만 내 눈에 칼을 들이대는 것에 거부감이 들어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여전히 그런 시야를 가진 눈이 부럽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나오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높고, 색감도 선명한 화면들이 많아졌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볼 때 HD급의 해상도가 아닌 FHD급 이상의 해상도에서 영상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궁여지책으로 안경 같은 시력 보조장비의 힘을 빌려 내 눈의 시력의 힘을 강하게 해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밖에 없다.


물론 불편한 것도 많다.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는 안경에 김이 서리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요즘은 숨을 내쉬는 매 순간 김으로 인한 불편을 겪어야만 한다. 또 안경이란 게 소모품이다 보니, 1년~2년 사이에 렌즈를 갈아줘야 하는 비용의 문제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제외하면 큰 불편한 건 없다.


내가 안경과 함께 삶을 살아온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안경테와 렌즈도 3번 정도 교체를 했다. 안경은 앞으로도 내게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 될 듯하다. 이제는 안경이 없으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으니 말이다.


최근 오랜만에 안경 렌즈를 바꾸었다. 안경 콧대 받침을 교체하기 위해 갔다가 안경 렌즈를 교체한 지 2년이 지났다는 걸 알게 됐다. 렌즈를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싶었는데, 안경 렌즈가 코팅이 벗겨질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게 ‘안경과 함께 지낸 세월이 많았구나’하고 기억을 상기하게 된다.


다음 안경 렌즈를 교체할 시기가 왔을 때도 나는 여전히 안경을 쓰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문득문득 안경을 벗고 자유로운 시야를 보고자 하는 내 욕망이 떠오를 때 이 욕망을 억누르고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안경의 손을 잡고 있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아직까진 내 옆에 안경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올해도 내 시야를 잘 책임져 준 것처럼 내년에도 내 시야를 잘 책임져 주기를 바란다.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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