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사람 간의 사이 1]
한 여성 방송인이 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기증받고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기술적으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적으로 그것을 실행한 사람이 나타났다는 게 문화충격이었다.
그 이후 방송에서는 이와 관련된 토론 방송들이 하루에 한 개씩 방송되었고, 사람들은 그 여성 방송인의 선택에 “대단해요, 응원합니다.” 와 “아이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이기적인 선택이다” 로 나뉘었다. 한쪽 반응은 여성의 자기 주체성에 입각한 반응이었으며, 한 가지는 기존의 전통적 관념에 입각한 반응으로 보였다.
반면 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방송들에서는 신중한 반응들도 많았다. 방송 출연진들은 아이는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부부 가정에서만 키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상에서 그런 통념을 거부한 사람에 대한 응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달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기존의 통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왜 꼭 가족은 엄마, 아빠, 자녀로만 구성되어야 하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나는 이런 다양한 반응들을 보면서 고민이 들었다. 두 가지의 반응 모두 각자의 합리적인 이유로 보였다. 분명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났고, 그것을 어떻게 우리가 포용해야 하냐는 질문들이 우리 사회에 과제로 던져졌기 때문이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명에 대한 경시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결론내기가 어려웠고, 이 사안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무어라 이야기하기도 힘들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일을 하는 동료들을 중심으로 물어보았다. 회사 동료들 대부분은 그거에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 대부분의 반응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책임이고, 충분히 책임을 질 수 있다면 그게 무슨 상관일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래서 내 의견은 어떠하냐고? 나는 심정적으로는 회사 주변 동료들의 의견과 비슷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꽤 엄격하게 그걸 허용해야 한다는 쪽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조금은 보수적인 경향이다.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는 것도 존중해야 하지만, 그게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그럼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아이가 아빠 없이 자라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어떻게 할 건데 라고.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내가 계속 찾아본 방송들의 패널들은 이 질문에 대해 “그것이 바로 이런 다양한 가족형태들에 대한 인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술적인 윤리의 문제보다는 현재 우리가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더 잘 키울지를 생각하지 않겠냐고도 반문을 했고, 그 반문이 묵직한 공처럼 내게 날아왔다. 나도 그동안은 그런 윤리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가졌다.
방송들에서는 앞으로 계속 변화해나갈 사회에 우리가 포용성을 지니고 있는가가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잘 정착해 인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지를 좌우할 거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현재에도 우리는 기존의 법제도에서 인정하는 가족의 형태 외에도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과 그저 결혼하지 않고 친구들끼리 동거하는 유형들도 존재한다. 이런 이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들도 이런 토론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혼자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방송인의 충격에 대한 최종적인 내 생각은 "함께 논의" 하자다. 그 아이를 혼자 낳는 비혼 출산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해서도 우리가 더 넓은 자세로 바라볼 수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이 옳기에 그것만을 고수하던 이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단적으로는 노키아 같은 세계적인 글로벌 회사들이 변화하는 산업의 트렌드에서 뒤처지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빠르게 적응한 이들이 채웠다. 그것처럼 인간사회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들을 포용적으로 수용하면 더 도시와 나라는 번성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학자 유현준 교수는 뉴욕이 세계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이유가 그런 다양성을 포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혹자는 여성 방송인의 그 행보에 누군가는 윤리성에 대해 고민할 지점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내 시각에서는 어쩌면 그것보다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얼마나 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20.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