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세계

[무언가 만들어지는 사람 간의 사이1]

by 오래된 독서가


요즘 뉴스를 볼 때마다 격변의 시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고등학교 때를 지나면서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도,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저 휴대전화가 바뀌었고 더 편리하게 변했다는 느낌이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입시전쟁이라면서 대학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했다.


최근에는 그런 모든 것들은 과거의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사회의 변화가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를 사회 전체가 고민하게 만들었고, 입시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학들은 생존을 고민하게 되었다. 오죽하면 주요 명문대학이라고 불리는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신입생 정원이 미달되어 장학금 등의 웃돈이라도 주면서 대학에 입학해 달라고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우리의 첫 번째 세계다. 이 첫 번째 세계에서 우리는 희망과 꿈을 찾았다. 분명 우리의 미래는 희망에 차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이 첫 번째 세계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점점 어둡게 변해 갔고, 사람들은 다른 세계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람들이 눈을 돌리고 있는 두 번째 세계는 우주였다. 과거에는 단순히 호기심에 따른 탐구의 영역이었다. 과학자들만이 우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했고, 정치의 세계에서는 경쟁자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고자 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두 번째 세계의 위상은 이전과는 달라져 있다. 이 두 번째 세계는 첫 번째 세계의 실패를 만회하고픈 개척의 대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두 번째 세계에 더 쉽게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기업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만들어 내면서 사람들이 이 두 번째 세계에서의 꿈을 꾸게 만들었다.


세 번째 세계는 앞선 첫 번째와 두 번째와는 다르게 기존에도 존재하고 있던 곳이다. 처음에는 마치 주인 없는 곳에 한 명 두 명의 개인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 듯이 이 세 번째 세계가 만들어졌다. 그러다 점차 이 세 번째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모이고 도시가 되었다. 우리는 이 세 번째 세계를 인터넷, 가상세계라고 불렀다.


과거에는 이 세 번째 세계는 만남의 장소였을 뿐 우리의 삶과는 분리되어 있었고, 이곳에 데이터라는 물건만을 가져다 놓을 뿐 실제적인 것들은 첫 번째 세계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첫 번째 세계의 기운이 저무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이 세 번째 세계에서 첫 번째 세계를 구할 수 있는 희망을 찾고자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것은 메타버스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다.


뉴스 등의 전문가들은 메타버스를 가상과 현실이 합쳐진 단어라고 소개하면서 점점 우리의 삶이 이 메타버스로 옮겨져 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메타버스 속에서 우리는 직업을 가지고 아침에 일어나면 메타버스의 세계 속으로 출근할 것이라 했다. 실제 최근에는 이 메타버스에서 놀라울 정도의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이 메타버스에서의 경쟁력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이 한 개의 세계의 쇠락과 두 개의 세계들의 확장들을 보면서, 우리가 그저 상상으로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모두 실제 세계로서 존재하게 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한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냈다. 점점 인간의 영역이 커져가는 것에 놀라움과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첫 번째 세계의 쇠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많은 영화와 소설 등의 콘텐츠들에서 먼 미래의 지구를 암울하게 그리는 것들을 볼 때, 어쩌면 그 상상이 현실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또한 든다. 우리의 먼 미래는 어떻게 될까?


어쩌면 우주로 뻗어나가는 사람들은 지구와의 인연을 끊고 자신들만의 문명을 건설할 수도 있진 않을까? 그리고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은 오프라인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메타버스 속에서 대부분을 보내는 사람들로 나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부는 현실의 육체를 버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생겨날지도 모른다.


이 작은 상상을 하다 보면 다시 영화와 소설들을 떠올리게 된다. 분명 그런 작품들이 많았고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이야기 일 뿐이었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의 변화 속에서 영화와 소설들의 세상이 현실이 되어 간다고 말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누군가는 설득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이 새로운 세계들의 출현의 시대가 원피스의 대항해시대처럼 누구나 원피스를 찾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길 기대한다. 우주로의 확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더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이 나오길 바라며, 메타버스라는 세계를 통해서는 당장의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나오길 바란다. 우리가 상상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으니깐, 그런 상상을 한다고 해서 문제는 되지는 않을 거니깐.


2021. 0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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