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전에 준비는 필수 전제조건

감이 떨어져도 먹을 입이 커야

by 밀당고수 N잡러

내가 좋아하는 고스톱에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도 비슷하다고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식품이 싫어서 식품영양학과를 자퇴했었고, 공무원 되는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을 지원하고 싶었지만 평가점수가 낮고 식약처에 지원자가 없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발령을 받았었다. 그리고는 변호사가 된 후에 그렇게 싫어하고 피하고 싶었던 식품 전문 변호사가 된 건 분명히 운이 작용한 게 맞다.


그래서 매년 수 만 건의 식품 사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해방 이래 전문 변호사가 없었던 터라 운 좋게 ‘식품 전문 변호사’로 먹고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고 다닌다.


사법시험 제도였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변호사도 로스쿨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제도가 마침 식약처라는 공무원 조직의 텃세로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에 눈에 들어왔던 것도 분명히 운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당시 내가 만일 토익 시험을 2개월마다 보면서 이직을 준비하지 않았었다면, 편안하고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에 대만족 하면서 영혼 없이 출근하는 생활에 젖어 있었다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고 재미라는 이름으로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방황하는 20-30대였지만 공부를 멀리하지 않으면서 학점 4점대가 넘는 성적을 받아두지 않았더라면, PSAT(공직적 격성 테스트)와 LSAT(법학적성검사)를 특별하게 준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평소 다양한 독서가 없었다면 나에게 아무리 큰 행운이 찾아와도 나는 그 운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쉬워 보이거나 운이 따랐기 때문이라고 비하하기 쉽지만 실제 직접 해본 입장에서 그런 운이 진짜 찾아왔는지 인지하는 것도 능력이요,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더 큰 능력이다.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변호사가 된 후에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전문지에 칼럼을 쓰면서 지식을 쌓는 동시에 간결하고 빠르게 글을 쓰는 연습을 했고, 생방송 경험을 살려 비록 실패했지만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형식과 콘텐츠를 시도했었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변호사 중 최초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식품 전문 쇼핑호스트가 되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는데 기회가 주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정확하게 어디에 쓰일지는 몰랐지만 무언가를 꼬물꼬물 대면서 때로는 그런 것을 왜 하냐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시도했고 준비해 온 결과였다.


인생은 준비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거저 주는 일은 없다. 가끔 로또 대박 난 사람이 엉망이 되거나 준비 없이 깜짝 스타가 된 연예인들이 한순간에 훅 가는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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