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인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리얼 현실

극과 극, 삶의 현장

by 밀당고수 N잡러

구멍가게 운영하는 장사꾼이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는 개인사업자다.


물론 변호사 중에는 으리으리한 건물에 비서와 기사 딸린 차를 타고 다니면서 우리가 영화에서 보았던 대형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3만 명에 가까운 변호사 대부분은 직원 한두 명을 두고 혼자 사무실을 운영하거나 비슷한 규모의 개인사업자가 모여서 겉으로는 하나로 보이지만 사실은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다. 흔히 로펌이라는 명칭은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어서 비법률가가 기대하는 로펌과 변호사가 생각하는 로펌이 다르다.


내방 사진을 공개한 적이 많은데, 변호사가 되고 나서 가장 좋은 것은 바로 내 방이 생긴 거다. 김정운 교수가 얘기한 ‘슈필라움(놀이방)’이다. 방을 갖고 나서 가장 먼저 퍼팅 연습기와 스크린 골프 연습 기계, 어프로치 연습망을 구매했고, 로잉 머신과 윗몸일으키기 기구에 지금은 최신 게임용 PC에 클래식 기타까지 진정으로 나만의 놀이방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하지 않을 때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스탠드만 켠 채 나만의 공간에서 놀이에 빠진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지는 시간인데,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오전 7-9시 사이에는 고요함까지 더해진다.


물론 이런 장점과 반대로 감나무에서 언제 감이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불안감도 있다. 이번 달은커녕 이번 주에 매출이 있을지 의뢰인이 있을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평균 매출도 아무 의미가 없고, 예상 매출은 더더군다나 불가능하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나처럼 소심하고 걱정 많은 성격에는 최악인 직업이다. 게다가 열심히 한다고 일이 늘지도 않고, 의뢰인이 누가 될지도 몰라서 찾아다닐 수도 없다. 그저 장기적으로 고객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홍보 문자를 간간히 넣고, 책을 쓰거나 유튜브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개인사업자인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10년 차가 되고 나니 자문회사가 하나둘씩 늘고, 매출 구성이 소송, 자문료, 회의비나 강연료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조급함이 줄었지만 여전히 매월 초 새로운 사건 의뢰가 오기 전까지는 불안의 연속이다. 어제도 떠들썩한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건에 대해 몇몇 기자로부터 질의가 있어서 선제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썼더니 순식간에 조회수가 300이 넘었다. 그렇다고 당장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블로그를 보고 상담이나 사건 의뢰가 온다. 이것이 바로 전문 변호사가 안 바쁠 때 하는 업무다.


수임료도 극과 극이다. 전문분야인 식품 사건이라면 시간당 100만 원에 수천만 원을 받는 사건도 있지만, 민사사건은 형편이 어려운 혹은 받을 금액이 적은 경우에는 심지어 1-200만 원의 착수금으로 일을 한다. 개인사업자라 가능한 일이다. 최근에는 마스크도 받고, 게임용 PC를 수임료로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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