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가 중요한 직업이 있습니다. 프로게이머나 웹툰작가, 프로야구 선수 등 최고의 장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일단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멋진 멘트와 화려한 쇼맨쉽이 필요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걸어다니거나 판사나 검사에게 눈을 부라리거나 손짓을 하는 것은 그냥 재판을 포기하면서 자폭하는거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런 행동이나 말에는 특별히 필요한 장비도 없습니다.
사실 어려서부터 부유하게 자라지 못하고 동네 형들 옷을 고등학교때까지 얻어입었던 경험이나 집안 환경때문이었는지 지금까지도 장비나 외관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미혼일때는 옷가게에 가서 깔별로 동일한 셔츠를 5개 구입해서 요일별로 입을 정도였고, 이런 성격탓인지 운동을 배우면서도 중고 골프채나 중저가 조깅화를 구매하면서 실력이 중요하지 장비탓은 하지말자는 주의였습니다.
그런데 클래식기타를 배우면서 이런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년전 동네 복지관에서 주1회 수업을 듣게 되면서 역시나 장비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인터넷에서 15만원짜리 초저가 기타를 구입해서 설렁설령 2년을 넘게 다녔습니다. 원래 재능도 없었고 장단조도 구분 못하는 실력이라 빨리 실력이 늘지 못해도 꾸준하게 다니다보니 기초반을 마치게 될 무렵 선생님께서 조심스럽게 이제 기타를 바꿔보는 것이 어떻겠는지 물어왔고, 다행스럽게 새로 수임한 사건도 좀 많아서 넉넉한 주머니 사정일때라 100만원을 주고 추천받은 클래식기타를 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귀가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사용했던 기타는 집에 두고, 사무실에서 새로 구입한 기타로 연습할때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가끔 집에서 예전에 사용했던 기타를 튕기는 순간 텅빈것같이 이상해서 명확하게 설명할 순없지만 분명히 새로 구입한 기타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기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저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려서 그동안 제 기타에 대해 왜 아무 말씀안하시고 조언을 해주지 않으셨냐고 여쭤보니 혹시라도 상처받거나 오해할까봐 그러셨다고 하셔서 부끄러웠습니다.
클래식기타 구입 이후에는 골프채도 새거로 좋은 것을 사기도 하고, 조깅화도 최고급으로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장비가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요건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무조건 최고급의 장비가 필요하진 않겠지만 초심자라도 안전과 실력향상을 위해서 가격만 고려할 것은 아니고 형편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최소한의 실력발취가 가능한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변호사는 탓할 장비가 없다는 점은 변함없습니다. 변호사는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일뿐, 전관이나 학력 출신 시험은 모두 부수적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