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소금빵
내가 좋아하는 빵들은 베이글, 소금빵, 바게트, 호밀빵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빵 본연의 맛만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하게 꾸며진 것도 아닌 속에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나 생크림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빵뿐이다.
오늘은 '소금빵'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볼 생각이다. 최근 소울메이트나 다름없는 친한 언니와 오랜만에 시간을 보냈다. 대화를 나누기엔 카페가 최고다. 평소 언니가 자주 애용한다는 카페로 가 따뜻한 우유와 함께 '소금빵'과 몇 가지 다른 빵들을 골랐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음식을 먹는 건 행복한 일이다. 가뜩이나 대화가 잘 통해서 기분이 매우 좋은데 맛있는 음식이 입 안으로 들어오니 오감이 고루 활동하는 기분이랄까? 내가 무탈하게 활동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는 기분, 내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아닐까?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과 기질이 있듯이 빵들도 판매하는 곳마다의 특징이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금빵'은 살짝 부족한 것 같은 기름이 빵 바닥을 지지하고 있고 속살은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가볍게 뿌려져 짠맛이 강하지 않은 '소금빵'을 선호한다. 그리고 맛집을 잘 아는 동생 덕분에 내 조건에 딱 맞는 '소금빵'을 판매하는 카페 'L'을 찾을 수 있었다.
그곳은 이미 자타공인 인정받은 '소금빵' 전문점이었다. 다양한 '소금빵'들 중 내가 가장 선호하는 건 오리지널 '소금빵'이다.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소금빵'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가장 소박하고 정갈하게 놓인 본연 그대로의 모습인 '소금빵'들이 제일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빵과 떡 사이의 식감이라 쌀로 만든 것 같기도 하고 타피오카 같은 전분이 들어간 건가 싶기도 해 순전히 '소금빵'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장님께 여쭙고 싶었지만 사장님한테는 '레시피 좀 공유해 주시죠'라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말일테니 혼자서만 즐기는 호기심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아무튼 그 질감만큼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소금빵'에 빠진 나를 본 동생은 그 이후로도 다른 '소금빵' 맛집을 소개해줬지만 내 선택은 늘 카페 'L'이었다.
카페 'L'에서 판매하는 '소금빵'에게 10점을 준다면 언니와 함께 먹은 '소금빵'은 7점이었다. 우선 기름기는 만족스러웠다. 질감은 쫄깃하기보단 살짝 질겼는데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짠맛의 강도를 좌우하는 소금이 내 입 기준(저는 짠 맛보다 싱거운 맛을 선호하는 사람입니다)에서 많이 짜게 느껴졌다. 하지만 기름기 범벅인 '소금빵'보다는 훨씬 나았다.
내가 먹었던 가장 최악의 '소금빵'은 기름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흘려내리는 것만 같았던 '소금빵'이었다. 본래부터 짠맛을 선호하지 않았고 건강상의 여러 이슈로 더욱더 거리를 두는 짠맛이 '소금빵'의 선호도를 결정하는 인자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소금은 털털 떨쳐낼 수라도 있지만 기름기는 도저히 제거하는 방법이 없었다. 식감마저 기름에 절여 눅눅한 것만 같아 먹는 내내 불쾌감마처 들었던 최악의 '소금빵'이었다.
그런데 그곳도 꽤 유명한 '소금빵'이라는 동생의 설명에 놀랐던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사람 취향이 다 다르니 나와 정반대의 맛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도 다 똑같다. 누군가에게는 잘 맞는 사람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불가일 것이다. 언니랑 나랑은 전자의 경우이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서로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맨 처음 '소금빵'을 보며 '도대체 왜 빵 위에 소금을 뿌린 거야?'라는 생각으로 못마땅했던 내가 이제는 '소금빵'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가며 체득한 여러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두려움을 주기도 하고 장애물이 되기도 해 답답할 때가 있는데 '소금빵'의 소금처럼 천천히 두려움과 장애물이 내게 주는 조언과 위로로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조만간 카페 'L'에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