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방법_집밥]

카레

by 코코 COCO

엄마가 수술 후 몇 주간 병원에 입원하셨던 적이 있었다(다행히 암은 아니었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다). 그때 가족들의 식사 준비를 내가 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시도해 본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카레다.


가끔 엄마 옆에서 야채를 볶아주는 정도만 해봤지 아예 처음부터 카레를 만들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었던 건 카레가 비교적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야채들을 먹을만한 크기로 썰어서 한꺼번에 볶은 후 카레물을 넣고 익을 때까지 주야장천 끓이면 되니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 주기만 하면 90 % 이상 맛은 보장된다.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과 고기 종류를 고르는 재미도 있다. 정말이지 카레는 단순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집밥 메뉴로써 빠지면 절대 안 되는 음식이다.


그리고 요즘 나는 카레에 계란도 넣어 먹는데 의외로 괜찮다. 계란이 물에 풀어진 것 모습과 스크램블 한 계란의 모습을 동시에 가진 상태로 카레 안에 존재하는 모습도 보기 좋다. 기존의 카레에서 느끼지 못했던 몽글몽글한 느낌도 새롭다. 흰자만 보이지만 속 깊은 노른자가 이해해 줄 것이다.


오늘은 나뿐만 아니라 동생에게도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를 제공하고자 카레를 골랐다. 최근 동생의 피부에 이상 증세가 있어 피부과에 다녀왔는데 병명은 동생의 사생활이므로 언급하지는 않겠으나 아무튼 바이러스에 의한 증세였다. 스스로 기생하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바이러스를 생물 시간에 배우면서 정말 매력 없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런 놈이 내 하나뿐인 동생에게 왔다니. 가만 둘 수가 없었다. 다행히 동생도 맛있다고 잘 먹어 주었다.


실제로 카레가 바이러스를 쫓아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주장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독특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카레의 향으로 바이러스들을 기절시킨 다음 여러 영양소들과 기능 성분들로 채워진 야채들이 다윗의 물맷돌처럼 바이러스들을 모조리 공격해 줄 것만 같았다. 거기에 맛깔나게 잘 익은 김치를 카레 위에 올려주면 맛이 아주 기가 막히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요즘 나도 그러지만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생각지도 않는 일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일들, 드라마 속의 장면 같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옛날 조상님들 말씀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새옹지마와 같은 삶의 연속이고 전화위복이 되는 순간들로 채워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것들로 내가 원하는 것들로 나에게 가득 담아 주야장천 끓여주되 눌어붙지 않게만 잘 저어준다면 맛있는 인생의 순간이 분명 또 찾아올 것이다. 정말이지 단순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의 매뉴얼로써 빠지면 절대 안 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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