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사서에 지원하다

난생처음 도전한 사서

by 코코 COCO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로또만 당첨되면 지역 내 가장 큰 서점을 구입해서 문을 다 닫고 하루 종일 나 혼자서 이 책 저 책 읽으며 하루를 보내는 달콤한 상상을 꿈꾸곤 했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했지만 그저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았다.


전업주부로 생활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과거 일과 직장에 대한 미련과 애틋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경제적 벌이가 '0'원이라는 사실에 대한 상실감은 매 순간 나 스스로 눈칫밥을 먹게 한다. 그 누구도, 내 짝꿍조차도 이러쿵저러쿵 말 한마디 하지 않는데도 괜히 마음이 불편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게시판에 공고문 하나가 붙었다. 아파트 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의 '사서' 봉사자를 구하는 모집공고였다. 봉사자를 뽑는다 했지만 소정의 활동비도 지급하며 주 3회, 1일 2.5시간(주당 7.5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의 봉사,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유치원 정규 시간에 아이를 등하원 시켜야 하는 나로서는 솔깃한 모집 공고였다.


심지어 도서관 '사서'라니.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소박한 곳이기에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거리가 좀 멀었지만 어쨌든 입구를 제외한 벽면 3곳이 책으로 가득 채운 곳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좋았다. '북러버'인 내가 불혹의 나이를 앞에 두고서야 책과 관련된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살짝 긴장한 마음을 안고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도서관 사서'에 지원하러 왔다고 하니 직원 한 분이 파일 하나를 내게 주셨다. 지원서였다. 나는 21번째 지원자였다. 지원한 사람들이 많은 거라고는 예상했다. 사람이 많을 경우, 순차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공고문에는 적혀 있었는 이 많은 사람들에게 다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도 들긴 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었다.


다소 단순했지만 어찌 됐든 오랜만에 작성해 본 일종의 이력서였다. 그리고 며칠 뒤 10명의 합격자가 아파트 게시판에 공고되었고 개별적으로 합격 여부 문자가 왔다. 아쉽게도 나는 10인에 들지 못했다. 아쉬움이 가득 몰려왔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도전의 성공 여부에 집중하기보단 오랜만에 내 이름으로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명 언젠가는 내게도 기회가 오게 될 거다.

나이를 먹어 갈수록 내면이 단단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 몇 년 간 전업주부로 생활하면서 여러 크고 작은 걱정들이 매번 나를 엄습해 왔다. 무언가를 도전하려 해도 시작 전부터 온갖 부정적인 불안감에 두려워하는 내 모습이 많이 낯설기도 했다. 그런 나의 불안과 걱정을 조심스럽게 깨뜨린 오늘을 기억하며 2026년을 시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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