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처음으로 느낀 '든든함'

아이가 나를 걱정해 주다

by 코코 COCO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날씨 속에서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결국 감기는 내게 오고야 말았다. 한 번씩 목이 따끔거릴 때가 있었지만 따스운 물을 연신 마시고 나면 잠잠해졌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두통까지 몰려오니 아니다 싶어 다음날 병원에 갔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고 주사 없이 약 처방만 받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잠도 자며 최대한 쉬어주었다. 하지만 감기는 '병원 가면 7일, 안 가면 일주일 고생한다'라는 말처럼 다음날 아침 어째 목이 더 따끔거리는 기분이었다. 기침도 제법 나왔다. 그래도 열은 없고 콧속에 콧물도 없어서 물을 많이 마시고 약을 먹어주면 되겠거니 싶었다.


혹시 모를 만일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아이의 유치원 등원 준비를 도왔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아이도 대수롭지 않아 했다. 유치원에서도 감기 걸린 친구들이 많아 마스크를 쓰고 활동 중이라 했다. 그런데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나갈 채비를 하는데 갑자기 기침이 물밀듯이 내 목구멍에서 쏟아 나오기 시작했다.

걸걸한 기침 사이에 내 목구멍에서는 나올 듯 말 듯 밀당하는 가래 녀석이 있었다. 식도로 가야 하는 길을 기도로 잘못 들어섰는지 온 힘을 다하여 기침을 하라고 뇌에서 신호를 보내길래 눈이 똥그래진 이를 뒤로 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다행히 밀당의 승자는 나였다. 잠시 목을 진정시키고 나오는데 순간 감동이 물밀듯이 내게 다가왔다.


걱정 어린 눈으로 정수기에 물을 받아 내게 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자 순간 울컥할 뻔했다. 저 어린 마음속에 벌써 이런 마음이 자라나고 있다고? 아이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평소보다 더 맛있게 물을 마시니 아이의 얼굴에서 뿌듯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내게 '엄마, 물 많이 마셔.'라면서 조언도 건넸다.

최근 들어 아이는 유치원에 들어설 때마다 날씨가 추우니 조심히 가라고 내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건지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기특하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다. 아플 때라서 그럴까?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나를 보고 물을 건네주는 모습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아이는 늘 부모가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내가 아이에게 '든든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아이가 나를 생각해 주는 모습은 이미 여러 번 나타나고 있었다. 몸이 아파 본의 아니게 잠이 들었을 때 그 작은 체구로 어떻게 들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침대에서 이불을 끌고 와 나를 덮어주었다. 그리고 다 덮어 준 후에는 볼에 뽀뽀도 해 주었다. 매번 아이가 잠들고 나면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난 후 볼에 뽀뽀해 줬는데 아이가 잠결에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다. 가끔은 인형을 안겨주기도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내가 무서워할까 봐 안겨준 것이라 했다.


맛있는 간식을 먹을 때도 조금이라도 챙겨줬던 모습, 핸드폰과 어린이집 가방을 버스에 내려놨던 일 이후로 매번 핸드폰을 챙겨주는 모습, 안겨서 다닐 때 내 어깨를 조그만 손으로 연신 주물러대던 모습, 이미 아이는 나를 생각해주고 있었는데 왜 여태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모든 걸 해준다고만 생각했을까? 내가 너무 자만했던 것일까, 건방졌던 것일까?


아이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살아오면서 체득한 지혜와 삶의 방식 그리고 규칙을 가르쳐 주면서 아이가 올바르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독립심을 키워줘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적으로 아이에게 주는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 또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함께 동반된다는 걸 깨달았다.

오늘도 배움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아이의 마음을 잘 받았으니 감기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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