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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호 Oct 25. 2024

O2O 비즈니스로 진화하는 식자재유통

디지털이 접목되는 식자재유통시장

새벽배송하면 가장 떠오르는 회사가 마켓컬리랑 쿠팡 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는 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등의 식자재유통회사가 20여 년 전부터 새벽배송을 하고 있었다.

일반 B2C 소비자들하고는 다르게 식당 및 단체급식 등과 같은 B2B 고객들은 과거부터 판매할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식자재를 당일 새벽에 받았다.

물론 편리성도 있겠지만, 식자재를 당일 새벽에 받아 그날 조리를 하는 것이 음식의 맛을 가장 잘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생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단체급식은 가능하면 재고를 최소화한다. 재고 운영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식품안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컬리 샛별배송 이미지(컬리 광고물)

사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한다는 광고를 처음 접했을 때, 업(業)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새벽배송의 근간은 철저한 SCM역량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단순 배송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고관리부터 최적의 배송루트와 수용할 수 있는 Capa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환이 전제가 되어 있어야지만 성공이 가능하다.


가공식품이야 어느 정도 저장을 통해서 재고를 가져갈 수 있지만, 신선식품은 재고를 가져간다는 것은 신선함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실제 재고운영도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대부분 신선식품은 일배상품(협력사 또는 산지에서 매일매일 신선식품을 공급받는 상품) 형태로 운영한다.

이런 운영체계에서는 수요예측도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주문이 들어오면 대량 결품이 발생한다. 

다행히 B2B에서는 이런 문제가 거의 야기되지 않는다. 사전에 계약된 고객이 계절과 요일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주문을 하기 때문이다. 백반집이 아니고서야 메뉴도 거의 동일하므로 이슈발생 여지가 없어, 안정적으로 물량이 공급되는 것이다.

백종원의 집밥 백선생(tvN)

하지만, B2C의 경우는 무작위 모든 고객이 대상이 된다. 오늘 특정상품의 물량이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들어올 수 있다.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상당 부분 결품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방송의 음식프로그램에서 특정한 음식이 방송되면, 그날 해당 음식과 관련된 재료에 대한 주문이 급상승한다. 


이런 경험과 생각 때문에 B2C기업이 새벽배송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측은 틀렸다. 마켓컬리 시작으로 쿠팡까지도 새벽 배송을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지 해당 기업 관련자와 이야기를 들어보았더니 B2C는 고객부터가 생각이 달랐다.

고객이 찾는 물건이 없어도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다른 온라인 유통회사에서 주문을 하던지, 다음 기회로 주문을 연기한다.

마켓컬리 SOLD OUT 사례(마켓컬리 주문사이트)

따라서 물량이 예측한 것보다 많이 들어오는 경우, 회사는 선제적으로 SOLD OUT처리를 한다. 그렇게 주문을 막는다. 그래도 고객들은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B2B 식당의 경우, 주문하고자 할 때 해당 상품이 없거나, SOLD OUT처리가 되어 있으면 엄청난 클레임이 발생한다. 당장 내일 음식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형식당이나 단체급식은 워낙 사용하는 물량이 많아서 급하게 마트, 재래시장 또는 온라인사이트에서 물량을 대체 구매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B2C와 B2B는 고객부터 생각과 사상이 엄연히 달랐다.


아마도 식자재유통회사들이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했다면, B2C새벽배송 시장을 먼저 진출하여 선점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20년 전부터 물류프로세스와 콜드체인이 잘 갖추어져 있었고, 고객 주문시스템도 전산으로 100% 운영된 것이 10여 년도 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객과의 계약은 대부분 오프라인 영업사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주문만 전산프로그램으로 진행)


하지만, 이제는 B2C고객은 둘째치고 식자재유통회사의 주 고객까지 B2C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점령당할 수 있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장 먼저 새벽배송과 시스템을 통한 주문 등 선진적 운영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변화하지 못하여 반대로 잡혀 먹힐 수 있는 위기에 노출된 것이다.

여기에 B2B고객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편리성과 효율성에 대한 이해도 증가하는 것도 위기 노출에 한몫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가장 큰 요소가 식자재유통의 핵심 고객인 외식업의 주체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MZ세대들이 외식업 창업에 많이 진출하면서 온라인 친숙도 증가하고 있고, 과거 코로나 상황 하에 비대면 니즈 증가로 온라인 거래가 가속화되었다. 

고객과의 관계 및 업장 관리 편의성 측면 디지털화가 상당 부분 일어났으며, 여기에 푸드테크라는 새로운 기술의 접목은 식자재 유통시장을 빠른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대기업 계열 및 스타트업 등의 플레이어가 새롭게 진입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가치로 내걸고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아직도 식자재유통시장은 오프라인 유통망이 97%(오프라인 영업을 통해 전산주문하는 고객 포함)에 달해 온라인 영역에서 성장할 기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올해 온라인 식자재 거래규모는 1조 원으로 추정되며, 2027년에는 3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환경변화를 인식하고 전통적 식자재유통기업인 CJ프레시웨이, 아워홈 등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CJ프레시웨이-마켓보로 사업협력 모델 로드맵(CJ NEWSROOM)

CJ프레시웨이는 스타트업 마켓보로에 지분 투자를 통해 만들어 가고 있다.

마켓보로는 식자재 전문거래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마켓봄과 외식사업자 전용 식자재 플랫폼인 식봄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CJ프레시웨이는 마켓보로와 데이터 공동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식자재 구매 관련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마켓보로의 식자재유통 플랫폼 식봄을 통해 온라인 직배송 서비스를 전국 172개 시·군·구으로 진행하고 있다. 4곳의 물류센터를 통해 최적화된 배송 경로로 각 지역에 식자재를 신속히 공급하고 있다. 

밥트너 소개 자료(아워홈 홈페이지)

아워홈은 식재료 주문 플랫폼 밥트너(Bobtner)를 론칭 자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밥트너는 신선도가 중요한 식자재를 익일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여 빠른 배송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워홈은 전국 14개 물류센터를 활용한다. 밥트너의 경우 온라인 전용 자동화라인을 구축한 계룡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전국 택배 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식자재유통기업들이 투자를 통해 다양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들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들의 시도가 빠른 시간 안에 안정화되어 성공적 모델이 나오지 않는다면, 많은 식자재유통회사들은 B2C 할인점을 운영하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전통기업처럼 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아직까지는 구체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쿠팡의 막강한 SCM과 상품구색력, 그리고 강력한 디지털 역량은 향후 식자재유통시장에 본격 진출 시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진화의 모습이 시장을 지킬 것인지 점령당할 것인지 빠르게 결판 날 것이다.


물론, 미국의 식자재유통 1위 업체인 시스코(SYSCO)처럼 거대한 아마존의 공격에도 그들만의 차별화된 전략하에 디지털 전환을 수행해서 시장의 지배력을 더 강화하고 자본시장에서도 인정받아 시가총액을 더 크게 상승시킬 수도 있다.

시스코는 전년기준 매출액은 108조 원이고 영업이익은 4.4조 원에 이른다.

주식사장  시가총액도 현재기준 50.5조 원 수준이다.

시스코는 철저하게 고객중심의 메뉴별 특화된 판매 플랫폼을 운영했으며, 최신 푸드 트렌드 공유 및 다양한 레시피를 플랫폼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지역별 시장/경쟁사 가격데이터를 수집과 분석을 통해 최적의 가격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이처럼 고객지향적 차별화된 전략을 운영한다면 국내 식자재유통업체도 위기만이 아니라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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