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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호 Oct 26. 2024

쿠팡 진출에 떨고 있는 B2B 식자재유통 기업

식자재유통시장의 산업화

쿠팡의 2024년 2분기 실적이 얼마 전에 발표되었다. 분기 매출액이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었고, 전년동기대비 73억 2,300만 달러(10조 357억 원)로 전년 58억 3,788만 달러 대비 30.8% 늘었다.

2분기 이마트, 롯데마트 실적(이투데이 그림 편집)

국내 소매유통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라 대다수 오프라인 대형유통사들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 정말 놀랄만한 실적이다.

또한, 이러한 신장세는 쉽게 멈출 것 같지도 않다. 8월에 와우멤버십 월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8월 앱 사용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여기에 신규사업(쿠팡이츠, 파페치)과 글로벌사업(대만사업) 성장세는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쿠팡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분기 해당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480% 이상 증가했다.

쿠팡앱 사용자수 변화/단위:만 명(와이즈앱. 리테일. 굿즈)

이런 성장세와 신규사업의 성공적 진출은 쿠팡이 한시적으로 기존사업에만 집중할 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 채널 점유율이 여전히 성장은 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성장세가 둔화되고, 이커머스 침투율이 46%까지 확대되어 전체 소매판매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시점에서 역동적이고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인 쿠팡의 특성상 새로운 시장/사업 진출을 통해 드라마틱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 개인적으로 예측한다.


아마도 새롭게 진출하는 시장은 식자재유통 시장일 것으로 생각된다. 약 64조 원 규모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아직까지 특별히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강자가 없다.

또한, B2B 시장은 안정성 측면에서도 B2C 시장에 비해 우수하다. 고객들이 한번 선정한 업체와 1년 단위 이상의 계약을 통해 대규모 구매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 

가격 운영면에서 저렴한 가격상품만 구매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 리스크도 적다. 100% 한 업체에만 구매하지는 않지만 규모가 커서 타업체와 복수 구매 시에도 매출액이 크고 배송 효율성이 우수하다.


더욱이 쿠팡에게는 다른 유통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가장 큰 강점인 물류 역량이 있다.

이미 B2C기반의 물류센터와 배송차량 및 빅데이터 기반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운영역량을 확고히 하였다.

쿠세권(쿠팡 NEWS ROOM)

물류센터 규모도 사업 이후 6조 원을 투자하여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곳 이상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 소유하고 있거나 임차 중인 물류센터 관련 면적만 약 155만 평에 달한다. 축구장 700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크기다.

이 정도의 규모는 현 식자재유통기업 및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어떤 기업도 규모에 범접할 수가 없다. 

또한, B2C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할 시는 아직 쿠세권이 100% 완성되지 않았지만, 보편적으로 식당은 도시 및 중심상권에 위치하고 있어서 B2B고객 대상은 100%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쿠팡은 2021년에 쿠팡비즈를 통해 식자재 유통업에 일부 진출을 했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이슈와 B2C경로 집중이라는 목적 하에 크게 확대는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의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우선 B2B고객의 변화가 쿠팡의 움직임을 빠르게 하고 있다. B2B고객들이 온라인에 익숙해져 가고 있으며, 과거처럼 더 이상 인간관계를 통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이런 사회적 환경변화 속에 쿠팡은 B2B사업에 좀 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운영되고 있는 쿠팡비즈가 상온 중심의 식품과 비식재 중심으로만 운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규모가 1조 원 가까이 달한다고 들었다.(개인적 의견) 

운영형태도 사업자만 가입하고 구매할 수 있는 사업자 전용 B2B몰이다. 

쿠팡비즈 다양한 서비스(쿠팡비즈 홈페이지)

쿠팡비즈 내 인력 충원 및 다양한 프로모션 등을 통해 새로운 고객 유치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판매가 작았던 신선식품인 축산·수산, 과일·채소, 냉동 채소 등에 즉시할인관을 운영하면서 상품력을 꾀하고 있다.

비즈온니관을 통해 오직 쿠팡비즈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단골식자재관은 식당 운영에 가장 많이 사용하고 필수품목인 대용량 식용유, 장류, 쌀, 정육/계란을 취급함으로써 B2B자영업자들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있다.

또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매달 신규입점 상품도 소개하여 새로운 추가 매출을 유도한다.


이처럼 쿠팡은 쿠팡비즈를 통해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가격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과 주문, 배송 등의 편리성을 간편하게 제공하면서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성장에 쿠팡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며 성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B2B식자재유통 시장에서 성공을 점칠 수는 없다. B2B 시장, 고객, 프로세스는 B2C와는 많은 차이점 있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위생안전과 배송프로세스 최적화 등의 안정성이 우선이다.

B2B는 B2C와 달리 냉장/냉동상품 배달을 식당 문 앞에 놓고 갈 수가 없다.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목적으로 구매하는 냉장/냉동상품은 반드시 냉장고에 직접 적치하던지 식당 사장님께 직접 전달을 해야 한다.

(똑같은 신선상품을 공급하면서 일반고객 문 앞은 가능하면서 식당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규제안이다.)

콜드체인 체계(이코노믹리뷰)

더불어 물류센터 및 배송차량이 모두 콜드체인(Cold Chain)화 되어 있어야 한다.

현재 쿠팡 물류센터 시스템과 배송차량(상온차량 중심)에 대한 투자가 선결 조건이다. 지금의 시스템으로 공급하려면 상온식품과 비식품 중심으로 판매를 해야 한다.

따라서, 본격적 사업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선행될 수밖에 없다.

상품적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 쿠팡이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로켓배송 SKU(판매 상품 종류 수)는 600만 개를 한참 넘지만, B2B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은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

특히, 신선식품 부문은 많은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 O2O로 진화하는 비즈니스 식자재유통에도 언급했지만, 결품 및 SOLD OUT처리는 사업을 운영하는데 치명적 결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신선상품 적정 재고관리 인프라와 최적화된 협력업체 구성이 필요하다.

물론 쿠팡이 빅데이터를 기반 AI를 통한 재고관리 시스템이 잘 갖추어졌다면 어렵지도 않을 수 있지만 이점은 반드시 분석하고 확인 후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쿠팡이 걸어온 모습을 보면 이러한 문제점은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식자재유통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쿠팡이 B2B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 빠르게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이후 생각보다 큰 위기가 다가올 것이다.

SYSCO 성장 전략(Consumer Analyst Group of New York / CAGNY자료)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최적화하여야 한다. 미국의 시스코(SYSCO)가 아마존의 위협에서 이겨내듯이 기존 식자재유통회사(CJ프레시웨이, 아워홈, 삼성웰스토리, 푸디스트 등)도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확보된 식자재품목, 메뉴 등을 반영한 판매 플랫폼 및 메뉴별 최적화된 식자재구성을 분석하여 고객은 메뉴만 지정하면 관련 식자재가 자동 주문될 수 있는 구조화 등도 좋은 전략 일 것이다.

이제는 단순식자재유통 회사의 모습이 아니라 기존에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메뉴디자이너 콘셉트의 회사로 진화해야 한다.

또한, 지역별, 계절별, 날씨별 최적화된 Pricing Model을 구축하여 차별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끝으로 이커머스 회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생산시설 및 산지와 연결된 계열화된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오랜 시간 식자재유통업에 종사한 입장에서 누가 하더라도 좀 더 빠르게 산업화를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식자재유통도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까지 확대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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