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호 Oct 27. 2024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위기의 이마트

B2C 리테일시장의 변화 

리테일 강자 이마트를 지켜보면 유통업을 한 입장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소매유통시장을 지배하면서 타 유통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룬 회사가 추가적 성장은 못할 망정 지금처럼 위기에 노출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시대적 변화에 너무나 안일하게 대응하며 자신감을 넘어 자만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생각된다.

사실 미국에서도 아마존의 급성장으로 소매시장이 급격하게 온라인으로 접어듦에도 불구하고, 월마트의 방어와 지속적 성장의 성공 사례를 보면 급변하는 온라인 환경에 대응할 전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월마트는 지금까지 만들어온 자신들만의 강점을 극대화했다.

월마트 Everyday Low Prices정책(tgn data)

첫 번째 규모의 경제와 다양한 소싱 능력을 기반으로 Everyday Low Prices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중저가 타깃의 고객에 집중했다.

두 번째 기존에 구축된 효율적인 공급망을 좀 더 첨단화하여 비용의 효율성을 꾀하며 절감된 비용을 소비자 혜택으로 확대하였다.

세 번째 온라인 구매에서 확대하기 쉽지 않은 식품부문, 그중에서도 신선상품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소비자는 신선상품은 눈으로 직접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좀처럼 온라인 구매율이 증가하지 않는다.

네 번째 최고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옴니채털 전략을 수립하여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합한 고객 편의서비스를 구축했다.

월마트 차세대 수익 모델(Retail Talk)

마지막으로 월마트는 고객과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신사업을 구축하여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월마트를 보면서 지금까지 이마트의 전략은 부족함이 느껴진다. 이미 수조 원 투자하여 물류인프라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구축한 쿠팡을 너무 단순하게 따라 했다. 

단순히 앞서가는 경쟁자의 강점을 모방하여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플랫폼도 따라가기 위해 너무 과도한 3.4조 원의 M&A비용을 지불하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쿠팡 대비 이마트 식품(신선포함)의 강점 현황(Retail Talk/칸타 월드패널 사업부)

물론, 쿠팡이 이커머스를 통해 소매유통시장을 빠르게 잠식시켜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유통 1위 업체로써 절박함과 위기감을 느꼈을 것은 인정하나, 그래도 너무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서 단순한 카피캣 전략(Copycat)을 수행한 것 같다. 

(카피캣 전략은 흉내를 잘 내는 고양이에서 유래한 용어로, 다른 기업의 비즈니스를 모방해서 비슷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Fast follower)을 말함)

우선, SSG는 쿠팡과 비슷하게 가기에는 너무나 물류인프라가 미흡하다. 그나마 초기 손실을 참아가며 수조 원을 인프라개선에 투입해서 추진했다면 일부 미래는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계에서 초기에 밑 빠진 독처럼 보이는 인프라 투자를 현실적으로 지속하기는 어렵다.

오픈마켓 운영 구조(매일경제)

다음은 이베이코리아 M&A건이다. 사실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외부에 있고, 플랫폼만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마트는 국내 최고의 소싱인프라를 오랫동안 구축한 회사다. 직매입 구조와 연계한 시너지 창출이 훨씬 효과적 방법으로 스스로의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베이코리아 고객은 로열티가 높지 않다. 판매도 자체 플랫폼으로 직접 들어와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다수가 네이버쇼핑몰과 연계하여 일어난다.

물론 없는 것보다는 크게 도움은 될 거다. 하지만 너무 많은 비용을 드렸다. 더욱이 자신의 강점도 살리지 못했다.


이러한 선택에는 정부의 규제정책도 한몫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규모 점포 등에 영업시간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이 가능해졌다.

정부가 소상공인과의 상생 명분으로 전통시장 반경 1㎞ 이내엔 3000㎡ 이상 마트 출점을 제한했고,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했다.

영업시간도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되었다. 여기에 법제처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온라인 영업에도 해당한다고 유권해석했다. 의무휴업일이나 영업할 수 없는 심야에 기존 점포를 물류와 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면 대규모 점포를 개방해 영업하는 것과 같다고 봤다. 

결국 새벽배송은 주변 할인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수도권 물류센터 구축해서 그곳에서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변화된 모습은 너무나 이마트가 가진 유통 DNA와 역량의 강점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더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시너지와 사업적 융합을 만들어 새롭게 재도약을 하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