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 가격탄력성
다양한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농산물 유통구조의 투명성과 단계 효율화를 구축하므로 어느 정도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을 유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농산물 생산은 인간의 힘으로 제어하거나 피하기가 쉽지 않다. 자연의 섭리에 의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이상기후로 배춧값 폭등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9월까지 한 여름과 같은 폭염이 지속되었고, 특정 산지에서는 장마가 길어지는 등의 극단적 기후가 작황에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배추는 15~20도 기온에서 잘 자라는데 올해는 밤에도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추석 이후에도 지속되므로 고온에 약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배추의 생장 저하에 치명적 원인이 되었다.
이런 문제는 배추만이 아닌 다양한 엽근채소류에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다.
그런데 유독 농산물 가격이 다른 식품과는 다르게 왜 그렇게 자주 파동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농산물이 수확량은 쉽게 변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섭취량은 크게 변하지 않아 다른 상품보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가격이 변할 때 수요량이 변화하는 정도를 탄력성이라 말하는데, 가격의 변화에 그 상품의 수요량이 크게 변화하면 탄력적이라고 하고,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이를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급이 늘어나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량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농산물은 풍년이 들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올해와 같이 흉년이 들어 농산물의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폭등하곤 한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격의 변화에 수요량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농산물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증가하여 쌀값이 떨어졌다고 밥을 더 많이 먹거나, 흉년으로 쌀값이 올랐다고 밥을 더 적게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따라서 농산물은 사람들의 평소 소비량을 넘어설 정도로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쉽게 폭락한다. 농산물의 생산량이 20% 증가했다고 가정하면, 가격은 20%만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50% 이상 폭락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생산량이 20% 감소하면, 가격은 20%만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50% 이상 폭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농산물에 대한 글로벌 소싱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배추를 중국으로부터 10월까지 1,100톤을 수입하여 물가안정에 기여하고자 정책을 수립했다.
하지만, 글로벌소싱은 매우 편하고 쉽게 문제 해결은 가능하나, 세계화에서 자국 우선주의로 바뀌고 있는 국제 정서에는 매우 큰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발생으로 공급망 붕괴와 같은 문제 발생 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가 있다. 또한, 국내 농산물 수입량이 가장 많은 중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하기에 언제든 공급의 위기가 올 수가 있다.
그리고 곡물을 포함한 농산물은 국가 안보차원에서라도 내부적 역량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두 번째 해결방안인 냉장/냉동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보관기술의 강화가 매우 필요하다. 오랜 시간 저장 시에도 유지할 수 있는 창고보관 기술과 개별급속냉동 IQF(Individual Quick Freeze)을 통한 장기적 보관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IQF사업은 환경 및 문화적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움직임으로써 미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서구 유럽국가에서는 많이 보편화되어 있다. 심지어 중국에도 IQF시설을 통해 냉동농산물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매우 많다. 실제 국내 식품제조업체 다수가 중국산 IQF냉동농산물 수입을 통해 안정적 원료 수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 전처리를 기반으로 한 대형 IQF시설을 확보한 기업이 많지가 않다. 물론 국민들의 의식구조 영향을 받아 투자에 보수적인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까지도 국내에서 신선한 채소를 냉동으로 구매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정서였다. 그러나 이런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와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공급 이슈 발생 등이 변화의 기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