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임원이 바라본 MZ사원
처음 OO그룹 신입사원 공채로 입사하면서 첫 발령지는 영업조직이었다.
대다수 신입사원이 영업조직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처음 출발은 영업을 통해 고객을 만나고 이해함으로써 시장의 이해를 높여주고자 아마도 회사가 정책적으로 운영했던 것 같다.
이후, 1~2년 후 경력을 쌓은 뒤에 스탭을 포함한 타조직으로 재배치하는 형태를 취하였다.
그때만 해도 중간중간 변화를 줄 수 있는 경력 채용제도가 거의 없어서 이러한 패턴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어린 마음에 영업보다는 인사팀, 경영관리팀, 전략기획팀, 마케팅팀과 같은 스탭조직에 일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
또한, 처음 입사하여 받은 자랑스러운 사원증과 명함을 아는 사람에게 멋지게 제시하고 싶었다.
나름 대기업에 들어가 직무명이 명확한 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영업조직은 조직명에 직무명이 아니라, '강북지점', '충청지점'과 같은 지역명을 활용하던지, '슈퍼영업팀', '할인점영업팀'과 같은 고객명을 명시하여 사용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대게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명함을 지인에게 주는 것이 조금은 창피했다.
대학원 등에서 학업을 계속하는 친구들은 명함을 주면 "여기는 뭐 하는 부서야?"라는 질문을 꼭 받았다.
솔직히 마음속에서 '이 녀석! 괜스레 쓸 때 없는 질문을 해서 나를 난처하게 만드네.'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년 차가 지난 이후 이러한 환경에서 탈출하고자, 매우 적극적으로 선배 등을 통해서 타 부서로 전배 되고자 엄청 노력을 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문화는 기성세대와 MZ세대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최근에 들어오는 신입사원들도 매우 유사한 모습과 생각을 보이고 있다.
지금은 과거와는 다른 게 신입사원 공채채용부터 직무별로 명확히 분리하여 뽑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업에 관심이 있고 외향적인 친구들이 영업직무에 지원을 한다.
하지만, 많은 취준생들은 입사가 첫 번째 목적이다 보니, 본인들의 성격과 적성과는 상관없이 입사가 조금은 쉬운 영업직군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영업직군이 월등히 채용인력이 많아서 타 직무보다 경쟁률이 낮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지원하여 입사가 된 신입사원들 중에 다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변심을 한다.
1~2년 정도 영업조직을 경험한 뒤에 강력하면서 간절하게 전배를 신청한다.
이들과의 직무에 대한 면담을 하면 과거 내가 생각하고 말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으나, 속내는 비슷한 것 같다.
"OOO님, 왜 다른 부서로 이동을 원하는 거지요?"
"저랑 직무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고객과의 상담 자체가 너무 힘듭니다."
"그럼 다른 영업조직으로 변화를 하는 것은 어떤지..."
"저는 구매, 전략, 인사 등의 새로운 직무를 해보고 싶습니다."
마음속에서는 '그럼 영업조직은 누가 지키냐? 최전선의 추진인력이 없으면 회사는 돌아가지가 않는데... 이 친구도 누군가에게 있어 보이고 싶구나.'생각이 들면서 확 이야기하고 싶지만 차마 하지는 못한다.
물론 과거보다 영업이 더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과거 대한민국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팽창사회였지만, 지금은 공급보다 수요가 적은 수축사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내 영업조직에서 실적을 창출하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이해를 하면서도 쉽게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가 않다.
우선, 과거처럼 오직 공채만을 운영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탭조직을 포함한 다양한 직무의 부서가 인력이 부족하면 바로 전력화할 수 있는 경력사원 채용을 통해서 부족함을 채운다.
경험이 다소 미흡한 타 부서 직원을 받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
또 이렇게 어려움을 피력하는 직원의 요청을 바로 수용하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나름 직장 내에서 성공한 입장으로 볼 때, 젊었을 때 영업 경험은 너무나 소중한 자산인 것 같다.
만약 처음부터 간접조직에서만 근무했다면, 경력이 쌓이고 나서 영업조직으로 이동하여 새롭게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모든 사업은 고객의 니즈와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고객과의 직접 경험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프로세스를 명확히 앎으로써 타직무도 효과적이며 최적화할 수 있다. 이해를 바탕으로 직무 간, 사업 간에 시너지 창출도 더 잘할 수 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연결과 융합의 시대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다.
과거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장인정신과 같은 모습이 우수인재 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다양성을 통한 창의적 인재가 더 핵심인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젊었을 때 다양한 고객과의 접촉을 통해 시장과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명함보다는 젊었을 때 영업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직장 내 성공의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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