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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의 문은 노력으로 열린다

by 최용윤

“운이 좋아야 성공하지.”
“그 사람은 원래부터 특별했잖아.”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그럴 듯해 보인다. 누군가는 출발선부터 남달랐고, 누군가는 기회가 더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는 안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특별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진실을 내 인생과, 내가 딛고 선 농구 코트 위에서 증명하고 싶었다.


나는 대학까지 농구 선수였다. 공 하나에 모든 걸 걸었던 시간들, 그 치열했던 순간들이 나를 키웠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을 때, 내 앞에 놓인 코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곳은 휠체어농구의 코트였다. 익숙한 듯 낯선, 그러나 금세 빠져들 수밖에 없는 세계.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선수들의 휠체어 움직임, 바뀐 규칙, 속도와 충돌, 그리고 내가 알던 농구의 리듬과는 다른 긴장감.
나는 그 코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단지 ‘지도자’라는 역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그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농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휠체어를 탔다. 팔로만 밀어야 하는 코트 위에서 방향을 바꾸는 일조차 힘겨웠다. 땀이 흐르고, 팔은 금세 지쳤지만, 그 과정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선수들이 느끼는 압박과 리듬, 숨겨진 기술과 용기,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간절함을.


그렇게 나는 배우는 지도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아는 농구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농구를 이해하며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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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NBA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마크 데이그널트 감독.


그는 농구 선수가 아니었다. 대학 시절 그는 팀 매니저였다. 벤치에 앉아 물과 수건을 챙기던 인물.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멈추지 않았다.
경기 중 감독의 말을 기록하고,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누구보다 깊이 농구를 공부했다. 직접 코트에 서지 않았지만, 그는 벤치에서 가장 치열하게 농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는 NCAA 디비전1 대학 코치를 거쳐, NBA G리그를 지휘했고, 마침내 NBA 정식 감독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의 스토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마음이 움직였다.
“그래, 나도 선수 출신이지만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 농구를 다시 배우고 있잖아. 나도 할 수 있어.”
“농구는 반드시 공을 들고 뛰는 것만이 아니구나. 누군가는 벤치에서, 누군가는 수건을 들고서도 시작하는 거구나.”


그는 보여주었다.
성공은 선택받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도 열릴 수 있다는 것.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용기였다.
그리고 나는 매일 그 용기를 품고 이 코트에 선다.


지금 나는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의 코치로 있다.
이 자리가 누구에겐 성공처럼 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이 모든 과정이 노력으로 열어낸 가능성의 문이다.


나는 여전히 매일을 준비한다.
전술판 앞에서 수십 번 장면을 돌려보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새벽부터 체육관에 도착해 함께 구르고, 실패와 충돌 속에서 하나씩 쌓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도 이 코트를 진심으로 사랑했는가.”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건 특별한 사람 이야기잖아.”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아닙니다. 그건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당신도 그 문 앞에 서 있을 수 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문, 아직 빛이 들지 않는 자리.
그러나 절대로 잊지 말자.


가능성의 문은, 단 한 번의 행운이 아니라,
수천 번의 노력으로 열리는 법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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