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대한민국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은 일본으로 11일간의 전지훈련을 떠났다. 국내에서 손발을 맞추며 집중적으로 훈련을 해온 만큼, 이번 훈련은 실전 경기로 팀워크와 전술 운용 능력을 점검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 사이의 움직임은 매끄럽지 않았다. 포지션 중복, 어긋나는 패스 타이밍, 반복되는 의사소통 오류로 인해 코트 안팎에서는 긴장과 불협화음이 감돌았다. 경기 중 선수들 사이에서는 의견 충돌도 빈번했다.
누군가 보기에는 그저 흔한 갈등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심리학자 브루스 터크먼(Bruce Tuckman)은 팀이 공동체로 성장하기 위해 ‘형성(Forming)’, ‘격동(Storming)’, ‘규범화(Norming)’, ‘성과(Performing)’ 네 단계를 반드시 거친다고 설명한다. 특히 ‘격동기’는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시기지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역할과 기준을 새롭게 세우는 필수 과정이다. 이 단계를 넘지 못하면 진정한 팀워크는 완성되지 않는다.
엘리트 스포츠에서는 이런 과정이 익숙한 일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41일간의 전지훈련 중에도 주전 경쟁과 전술 이해 문제로 갈등을 겪었지만, 점차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진정한 팀이 됐다. 2024년 대한민국 레슬링 자유형 대표팀도 불가리아 전지훈련과 국제대회를 거치며 갈등을 이겨내고 아시아선수권에서 빛나는 성과를 냈다. 팀워크는 단순한 연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땀과 실전, 부딪힘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 모습을 보며 떠오른 비유가 있다.
굵은 소금은 입 안에서 깨물면 이가 아프지만, 가는 소금은 음식 속에 녹아들어 깊은 맛을 완성한다.
대표팀의 전지훈련은 바로 굵은 소금이 가는 소금으로 다져지는 과정이었다. 서로 엉키고 부딪히며 깎이고 다져지면서, 한결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내는 팀으로 변화하는 시간이었다.
전지훈련 마지막 날, 대표팀은 일본 국가대표 휠체어농구팀과 맞붙었다. 이전 8경기 동안 쌓인 피로가 몸 구석구석에 깊이 스며 있었고, 경기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살피며 집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은 무거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더 단단히 하나로 뭉쳤다. 그날의 승부는 단순한 점수 경쟁을 넘어, 함께 견디고 이겨낸 ‘진짜 팀’의 완성 순간이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벤치에 앉은 선수들은 숨을 고르며 조용히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말 한마디 없이도 전해진 그 시선은, 누가 잘했고 못했는지를 넘은 가장 깊은 신뢰의 언어였다.
그날 대표팀이 얻은 가장 큰 승리는 경기 결과가 아닌, 끊임없는 충돌을 거쳐 마침내 완성된 ‘하나’의 팀워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