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상대팀과의 연습 경기였다.
체육관 공기는 묘하게 무거웠다. 경기 전 루틴은 늘 같았지만, 선수들의 표정에는 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초반에는 괜찮았다. 패스 흐름도 부드러웠고, 슛 감각도 살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균열이 생겼다. 수비 전환이 늦어졌고, 공격에서는 불필요한 실수가 이어졌다.
나는 코트 옆 벤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며 선수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때 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벤치에 앉은 몇몇 선수들이 코트 위 동료의 플레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처음엔 경기 분석이려니 했지만, 곧 그것이 평가이자 비판이라는 걸 알았다.
“야, 저건 왜 저렇게 던지냐?”
“오늘 재는 감이 별로야.”
“아까부터 타이밍이 너무 늦어.”
그 말들이 코트를 가르는 소음처럼 들렸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이지만, 그 말의 방향은 팀의 공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코트 위 선수는 눈빛이 흔들렸고, 벤치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분위기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벤치 앞으로 다가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평가가 아니야.”
그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지금 코트 위에서 싸우는 건 너희 동료야. 그들에게 힘을 줘야지. 벤치는 단순히 앉아 있는 자리가 아니라, 팀의 에너지가 시작되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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