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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마음을 여는 순간 리더십은 시작된다

by 최용윤
“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말했는지는 잊어버리지만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는 결코 잊지 않는다.”
- 마야 안젤루-


나는 휠체어농구 현장에서 늘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코치에게 마음을 여느냐는 질문이다. 누군가는 전술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성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가대표 훈련 현장에서 시간을 버텨온 나는 조금 다른 답을 갖게 되었다. 선수들이 마음을 여는 출발점은 전술이 아니라 관계라는 사실이다.


훈련이 끝난 뒤 나는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특별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오늘 몸 상태는 어땠는지 훈련 중 불편했던 점은 없었는지 그런 일상적인 질문에서 대화는 시작된다. 그렇게 몇 번의 훈련이 지나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경기력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고 팀 내 관계에 대한 불안이기도 하다. 때로는 농구와 전혀 상관없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그 순간 선수들은 코치를 평가자가 아닌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훈련에 들어가면 분위기는 분명히 달라진다. 웃으며 대화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기준과 원칙이 먼저 나온다. 휠체어농구는 작은 디테일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종목이다. 스크린 각도 하나 타이밍 반 박자 수비 간격 몇 센티미터 이 모든 것이 훈련에서 정리되지 않으면 실전에서는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훈련 중에는 타협하지 않는다. 부드럽지만 분명한 톤으로 요구하고 반복을 멈추지 않는다.


국가대표 훈련 중 한 번은 한 선수가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한 적이 있다. 훈련 흐름이 끊길 정도였다 훈련을 잠시 멈추고 나는 기술적인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았다. 대신 왜 이 동작이 중요한지 그리고 이 플레이가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훈련이 끝난 뒤 그 선수는 먼저 다가와 자신의 부담감과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날 이후 그 선수의 플레이는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지적이 아니라 이해가 먼저 전달되었을 때 선수는 방어하지 않고 변화한다.


이런 방식은 감정에만 의존한 리더십이 아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연구 결과와도 맞닿아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팀일수록 수행 능력이 높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다. 에이미 에드먼슨 하버드대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이 확보된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실수를 빠르게 수정한다고 설명한다. 스포츠 현장 역시 다르지 않다 선수가 마음을 열 수 있는 환경은 경기력 향상의 토대가 된다.


나는 여전히 선수들과 많이 이야기한다. 그리고 훈련에서는 여전히 단호하다 이 두 가지는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함께 있을 때 힘을 발휘한다. 선수는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요구를 받아들인다. 이 단순한 원칙이 휠체어농구 현장에서 내가 확인한 리더십의 출발점이다.


결국 리더십은 앞에 서서 끌고 가는 기술이 아니라 옆에 서서 함께 버틸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선수들이 마음을 여는 순간 그때부터 팀은 비로소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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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휠체어농구 국가대표 코치 스포츠는 제게 삶의 또 다른 스승이었습니다 함께한 선수들이 제게 희망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순간들을 기록하며 당신의 하루에도 불씨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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