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매일 견뎌야 하는 인간관계가
결국 당신의 성과를 결정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보자”는 말만 오가다 어렵게 성사된 자리였다. 특별한 목적 없이 안부를 나누는 평범한 만남이었지만 그날의 대화는 예상보다 깊은 질문을 남겼다.
대화의 중심은 인간관계와 에너지였다. 한 지인은 사업을 하며 겪는 피로를 이야기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해야 하고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웃고 맞춰야 하는 순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몇 개가 팔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감정을 소모하고 돌아오면 하루가 통째로 지워진 느낌이 든다는 말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일 때문에 지치기도 하지만 더 자주 사람 때문에 소진된다.
어떤 만남은 끝나고 나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에너지가 채워진다. 반면 어떤 만남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탈진해 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 결과는 전혀 다르다.
나는 비교적 선택이 가능한 관계에서는 거리를 조절하는 편이다. 내가 싫다고 느끼는 만남에 굳이 나를 오래 노출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지인의 상황은 달랐다. 그에게 그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계였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그는 감정을 접고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래서 그의 피로는 더 깊고 오래 남아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노동과 자기조절 자원의 소모로 설명한다. 인간은 감정을 억누르고 상황에 맞는 태도를 유지할 때 상당한 정신 에너지를 사용한다. 바우마이스터는 이를 ‘자아 고갈’이라 정의하며 자기통제와 감정 억제는 반복될수록 판단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직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인간관계는 업무 스트레스보다 회복에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일은 끝나면 멈출 수 있지만 사람에게서 받은 감정은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특별히 많은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유난히 지치고 어떤 날은 일정이 빽빽했어도 오히려 마음이 단단해진 느낌을 받는다. 에너지를 빼앗는 것은 일정이 아니라 관계인 경우가 많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나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이 질문은 휠체어농구 현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코트 위에서의 경기력은 전술이나 체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팀 분위기, 선수 간 신뢰,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관계는 보이지 않지만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훈련장에서 이미 감정적으로 소진된 선수는 경기에서 판단이 늦고 반응이 둔해진다.
특히 휠체어농구는 신체적 에너지뿐 아니라 정신적 집중과 감정 안정이 경기력에 직결되는 종목이다. 불필요한 갈등, 신뢰 없는 소통, 계속해서 에너지를 빼앗는 관계는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반대로 훈련이 끝난 뒤 마음이 가벼워지는 팀은 같은 전술을 써도 전혀 다른 경기를 한다.
모든 관계를 정리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현실은 책임과 역할을 요구한다. 그러나 적어도 선택할 수 있는 관계 조절할 수 있는 방식만큼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관계는 의무가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다.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는 곧 나의 성과와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나를 소진시키는 관계를 줄이는 순간 비로소 나에게 써야 할 에너지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내가 끝까지 가야 할 일 지켜야 할 사람 그리고 흔들리지 말아야 할 나 자신을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
에너지를 아끼는 사람은 차가운 사람이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삶을 오래 쓰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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