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모네)
얼마 전, 지인이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주변 사람들이 자꾸 자신에 대해 뒷담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본인의 이야기가 오가는 것이 불쾌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마음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떠올렸다. 뒷담화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때때로 우리의 감정을 크게 흔들어 놓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뒷담화에 흔들리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덜 상처받고,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다행히도, 이런 일을 현명하게 넘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날, 출근길에 카페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가 있었다. 낯선 사람들이 누군가를 두고 한참 이야기하고 있었다. 말투에서 느껴지는 비아냥, 조용한 듯하지만 날카로운 목소리. 나는 문득 궁금했다. 저 이야기의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을 전혀 모르고 있겠지?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의 대화 속에서 그렇게 거론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뒷담화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억울함과 분노다. 하지만 그 감정에 휘둘리는 순간, 우리는 뒷담화를 한 사람들의 의도대로 흔들리는 셈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다. 일시적인 험담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
심리학자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비판은 종종 칭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라고 말했다. 감정이 격해질 때, 그 말을 곱씹어 보자. 나를 정의하는 것은 타인의 말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나의 확신이다.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었다. 누군가가 내 험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사람이 나를 오해할 만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았다. 혹시 나의 말이나 행동이 잘못 전달된 것은 아닐까? 뒷담화는 때때로 과장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 단순한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그 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소문의 70% 이상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소문은 소문일 뿐,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마치 전화를 돌려가며 이야기를 전달하면 처음과 전혀 다른 내용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모든 말을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신중하게 걸러 듣는 것이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 험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동안의 관계가 거짓이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순간일수록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이 관계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앞으로도 지속할 가치가 있는 관계일까?
어떤 관계든 신뢰가 깨지면 회복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로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심리학자 카렌 라이비치는 『회복탄력성』에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한 인내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된다”고 말했다.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과 억지로 가까이 지낼 필요는 없다. 내 삶에서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한 적이 없을까? 우리는 흔히 '나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생각하지만,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했던 말이 혹시 누군가에게 똑같은 아픔을 주지 않았을까?
마셜 골드스미스는 『트리거』에서 “우리는 늘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만, 정작 우리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무감각하다”고 말했다. 뒷담화를 듣고 화가 났다면, 그 감정을 나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보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기회일 수도 있다.
예전에 유명한 운동선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는 경기 중 수많은 비난과 조롱을 들었지만,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이 기억난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말이 내 삶을 좌우하게 두지 말자. 소문은 바람과 같다. 그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면, 나만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나의 가치관, 나의 목표, 그리고 나의 확신. 그것이 있다면 외부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뒷담화는 인간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지만, 그것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도록 놔둘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감정을 조절하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관계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안의 확신을 키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결국 내 삶을 결정한다. 뒷담화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은, 곧 흔들림 없는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