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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농구와 만난 순간

by 최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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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대학교 강의실에서 새로운 길을 고민하던 시절, 교수님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두드렸다. 장애인체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나는 문득 ‘내가 받은 달란트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는 깊은 울림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길이 어디인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따뜻한 소망일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군대를 다녀오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며 방향을 찾던 어느 날, 친한 선배가 휠체어농구 코치 모집 공고를 알려주었다. 고민 끝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2010년 11월, 나는 정식으로 휠체어농구 코치가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 해, 서른 살이 되던 해에 대학교 4학년으로 복학하면서 학업과 코칭을 병행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휠체어농구를 통해 느끼는 보람과 배움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첫 코칭 날, 체육관에 들어섰을 때 나는 낯선 풍경 속에서 혼란과 기대를 동시에 느꼈다. 선수들은 휠체어를 타고 코트를 질주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강렬했고,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곧 현실이 다가왔다. 내가 알고 있는 농구와 휠체어농구는 너무도 달랐다. 전략도, 기술도, 접근 방식도 새로워야 했다. 시행착오와 좌절, 끝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코트 위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우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함께할 동반자라는 것을. 나는 점점 더 이 세계에 빠져들었고, 선수들과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해 나갔다.


휠체어농구를 만나기 전, 나는 내 달란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방황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확신한다. 이곳에서 나누는 작은 노력들이 누군가의 꿈을 키우고, 희망이 된다는 것을. 휠체어농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 선수들은 휠체어를 타고 달리지만, 그들의 정신과 도전은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강하다. 그들과 함께한 시간은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나는 여전히 코트 위에서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 그리고 현재, 꾸준히 휠체어농구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대한민국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의 코치가 되었다. 단순한 직업을 넘어, 선수들과 함께 도전하고 성장하는 이 길이 나의 운명임을 확신한다. 휠체어농구와의 만남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었고, 앞으로도 나는 이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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