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책임’이라는 무게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그 책임의 방향은 단순히 승패로만 향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부턴가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우기 전에, 더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그리고 내 대답은 분명해졌다.
나는 이기기 위해 지도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지도한다.
스포츠는 기록으로 남지만, 영향력은 기억으로 남는다. 나는 전술을 짜는 시간만큼이나, 선수들과 나누는 대화에 집중한다. 팀의 경기력은 데이터로 측정되지만, 한 선수의 인생이 바뀌는 과정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하지만 그 변화야말로 지도자가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성과라고 믿는다.
실제로 선수 생활을 하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채 코트에 들어선 선수들이 있었다. 자신의 역할이 작다고 느껴지고, 실수가 반복될수록 스스로를 작게 여겼던 이들. 하지만 ‘결과보다 성장’을 바라보는 팀 문화 안에서, 그들은 점점 자신을 믿게 되었고, 나중에는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존재로 성장해갔다.
어떤 경기에서 30점을 넣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나는 그런 내면의 변화에서 더 큰 감동을 받는다.
내가 꿈꾸는 팀은 단순히 강한 팀이 아니다. 이 팀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지, 사람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에 늘 관심이 간다. 특히 휠체어농구는 그 자체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장애인 스포츠’일 수 있지만, 나와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방식의 도전이자 예술’이다. 우리는 매일 바퀴 위에서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다. 그 장면을 본 누군가가 “나도 다시 시작해볼 수 있겠다”고 느낀다면, 이미 승리는 거둔 셈이다.
이런 철학은 내가 팀을 만들 때 기준이 된다. 선수의 능력뿐 아니라, 태도와 시선, 그리고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본다. 우리는 코트에서 이기기 위해 싸우지만, 그 이면에는 늘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는 때론 관중에게, 때론 스스로에게 큰 울림이 된다.
감독이란 단어는 영어로 ‘Coach’다. 본래 마차(coach)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람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데려다주는 것. 결국 지도자는 선수들을 ‘지금’이라는 지점에서 ‘가능성’이라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사람이다.
코트에서 이기는 것보다, 인생에서 이기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지금도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났을 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지를 고민한다. 그들이 언젠가 이렇게 말해준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팀에서, 그 시간은 내 인생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나는 전술보다 철학을 먼저 생각하고, 성적보다 방향을 먼저 세운다. 내가 만드는 팀은 메시지다. 내가 지도하는 모든 순간은 ‘승리’보다 더 큰 어떤 것을 향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영향력을 설계한다고 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