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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존중감은 훈련처럼 쌓인다

by 최용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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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존중감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자랑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과 태도, 행동을 통해 서서히 쌓여간다. 마치 근육이 훈련을 통해 단련되듯, 자아 존중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2024년 3월,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의 합숙 훈련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다시 그 ‘훈련’을 시작했다. 하루 네 번에 걸친 훈련 스케줄, 반복되는 피로, 경기력 향상에 대한 압박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를 무너지지 않게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루틴이었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짧은 기도로 마음을 정리하고, 독서로 정신을 깨운 뒤, 샤워를 하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새벽 6시가 되기도 전에 텅 빈 체육관에 도착하면, 고요 속에 스며드는 공기와 준비의 느낌이 마음을 다잡아주었다. 누구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주는 약속이었다. “너는 네가 하는 일을 존중하고, 너 스스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를 매일 스스로에게 전달하는 일이었다.


이번 합숙에서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것은 하루 두 명씩 진행한 1:1 설문 상담이었다. 단순한 질문지를 통해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했지만, 이내 그것은 진심 어린 대화로 바뀌었다. 어떤 선수는 30분 만에 이야기를 마쳤고, 어떤 선수는 2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멘탈의 중심을 함께 찾아 나갔다.


흥미로운 건, 그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내게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나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감각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자존감은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누군가의 삶에 어떤 존재로 남아 있는가에 따라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는 걸 실감한 시간이었다.


심리학자 네이선 브랜든은 자존감을 “삶에 맞설 수 있는 내적 힘”이라고 정의했다.

그의 저서 《자존감의 여섯 기둥》에서는 자존감이 삶의 질뿐 아니라 인간관계, 성취, 감정적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실제로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서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회복탄력성이 뛰어나고,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대하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새벽에 체육관으로 가장 먼저 향했던 이유, 선수들과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던 이유는 단순한 의무감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 모든 순간을 통해 내 자신을 훈련하고 있었다. 자아 존중감은 타인의 칭찬으로 단숨에 생겨나지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켜가며, 의미 있는 행동을 반복하며, 한 사람의 마음을 듣고 또 나누며,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것이다.


자아 존중감은 훈련처럼 쌓인다. 꾸준하고 묵묵한 반복 속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마음의 근력처럼. 그리고 그 근력은 우리가 흔들릴 때마다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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