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의 코치로서 나는 매일같이 코트에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전술로 만든다. 전략은 이론이 아니라 현장의 감각이다. 공 하나 굴러갈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우고, 선수의 휠 방향을 고려해 포지션을 조율한다. 그렇게 탄생한 전술은 내 고유의 작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만든 전술이 다른 팀에서 거의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치 복사하듯이 말이다. 이름도, 출처도 없이.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저 한두 장면의 우연이길 바랐다. 하지만 영상으로 확인한 순간, 허탈함이 몰려왔다. 코트에서 부딪히며 만들어낸 나만의 ‘작전’이 익명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저작권의 의미를 새로이 느꼈다.
저작권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의 것이든, 고유한 생각과 표현을 지켜주는 장치였다.
그리고 나는 묻고 싶었다.
“전술은 창작이 아닙니까?”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운동은 실전이지, 표현이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전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건 철학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흐름이고, 한 팀의 사고방식이자 언어다.
내가 만든 전략은 이름 없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의 결과물이었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작곡가도, 디자이너도 아니다.
하지만 나 역시 내 생각을 ‘형태’로 만든다. 선수의 움직임으로, 작전판 위의 선으로, 실제 경기라는 무대 위에서 구현해낸다.
그런 나의 생각이 출처 없이 복제되고, 이름 없이 사용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생각에도 주인이 있다.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도둑질이라 말한다. 하지만 생각도, 말도, 전략도 훔쳐질 수 있다.
저작권은 단지 법의 조항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시간을, 고민을, 정체성을 인정해주는 약속이다.
누군가 내 전술을 보고 영감을 받는다면, 나는 기꺼이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이름 없이, 내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는 일은 아니다.
그건 협업도, 존중도 아니다.
그건 도용이다.
나는 오늘도 작전판 앞에 앉아 생각을 한다.
코트는 작지만, 그 위에 펼쳐지는 전략은 하나의 작품이다.
생각은 자유롭지만, 표현에는 경계가 있다.
그리고 그 경계 위엔 이름이 있다.
그 이름을 지켜주는 것 — 그것이 저작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