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katsu Ichiban (とんかつ 一番)
4박 5일의 교토 여행 중 돈까스를 4번 먹었다. 그 중 단연코 1등이다. 과하지 않고 얇지만 바삭하데 잘 튀겨진 튀김옷, 얇아보이지만 결코 얇지 않는 두께, 묵직한 맛이 느껴지는 돈까스소스가 아닌 데미그라스 소스까지 완벽하다.
단촐한 구성이다. 양배추절임과 돈을 추가해야 나오는 밥 그리고 장국. 돈까스에는 감자사라다, 양배추사라다, 차갑게 식은 토마토 스파게티(파스타라는 말보다 스파게티가 정겹다)가 있다. 딱 우리나라 옛날돈까스 스타일이다.
데미그라스 소스는 다른 돈까스집의 돈까스 소스와는 다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와 야채를 넣어 7~10일간 푹 끓여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돈까스 소스는 그 특유의 단맛, 신맛등이 드러나는 약간 가벼운 느낌의 소스라면 데미그라스는 점도부터가 다르다. 조금 진 카레정도의 묽기이며 맛은 육향의 깊은맛과 약간의 탄맛이 느껴지는 진정 고수의 맛이다.
1980년대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돈까스의 정석이다. 조용한 골목에 홀로 옅게 빛나는 등불이다. 하지만 그 화력은 결코 약하지 않다. 내부는 좁다. 다찌석 4자리와, 앉으면 푹 들어가는,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소파 테이블좌석 3개. 최대로 받아봤자 16인이다. 주방은 좁고 긴 형태며 그 폭은 주방기구를 제외하고는 한명이 지나가면 꽉 찬다. 좁은 좌석탓에 오래앉아있긴 어려워 그 자리에서 맛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후기를 모두 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뒤늦게 글을 적으며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돈까스 덮밥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후회는 없다. 오히려 돈까스 그 자체를 시켰기에 그 맛을 더 잘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만으로 다시 교토를 방문할 정도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