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가장 일찍 일어난 날! 어제 숙소에서 만난 제이 씨랑 도동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일어나면'이라는 전제를 달지 않았다. 그래서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오늘은 울릉도에서의 마지막날 이기 때문에 꼭 일출을 보고 싶었다.
아침 6시 제이 씨와 함께 숙소를 나선다.
뉴욕에 살고 있는 제이 씨는 한국으로 놀러 왔다고 한다. 한국에 놀러 왔는데 그중에서도 울릉도와 독도를 생각하다니 대단하다. 속눈썹이 예쁜 제이 씨는 미국에서 한 회사를 9 년 동안 다녔는데 회사의 윤리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됐고 상사와 마찰을 겪다가 그만두고 쉬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회사가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고, 세상이 그렇다 해도 정직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하다가 오늘 같이 일출을 보기로 한 것이다.
숙소인 저동항에서 도동으로 가는 옛길을 따라 도동에 가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숙소 앞에서 왼쪽으로 지나서 가다 보면 가게가 보이고 그 옆으로 가면 길이 나온다고 했는데 어두워서 도통 어디가 길인지 모르겠다. 휴대폰 플래시를 비쳐서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우왕좌앙한다. 어둠 속에 걷다 보니 남의 집 대문이고, 어둠 속에 걷다 보니 으악 무덤이다.
으아아. 우리 택시 타고 가요.
택시를 타러 저동항 약국 앞에 서니 몇 분 있다 택시가 온다.
-기사님. 도동이요.
-도동이요?
-네. 도동 일출 보는 곳이요.
-일출이요? 일출은 여기 저동 촛대바위 앞에서 봐야죠. 어서 내려요.
-내려요? 아 네.
□ 저동항 택시타는곳 (거진낚시 앞)
새벽부터 우리는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저동항 촛대바위 쪽으로 걸어간다.
바다 수평선 위로 붉은 띠가 드리워져 있다. 갈매기들이 마구 신이 나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라이온 킹 속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해가 떠오르기 전 갈매기들만의 의식 같은 것. 우리도 엄숙해져 해가 떠오르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 위로 쏘옥 올라온 태양! 매일 보는 태양인데도 일출은 늘 뭔가 벅차오름을 선사해준다. 살면서 더 일출과 일몰을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울릉도 저동항 촛대바위와 일출
아 울릉도 일출을 봐서 정말 다행이야
일출을 보고 난 다음 저동에서 도동으로 가는 해안도로를 걸었다. 낚시하는 사람들과 운동하는 사람들로 해안도로가 활기차다. 바위를 뚫어 만든 해안도로 사진을 자세히 보면 다리 아래 색이 빨강 노랑 초록... 이렇게 무지개색이다. 다리 사이에 틈이 있어 다리가 후들거린다. 저동에서 도동 해안도로는 낙석위험으로 소라계단까지만 갈 수 있다.
□ 울릉도 행남 해안도로 무지개 다리
우리는 새벽에 못 찾은 저동-도동 옛길을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찬찬히 길을 찾아보자. 다시 숙소 앞으로 와서 왼쪽으로 가니 새벽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항구상회가 나타났다. 항구상회 주인께 도동 옛길을 여쭤보니 항구상회 오른쪽으로 난 길을 가리키며 이 길만 따라 쭉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아하. 여기는구나. 가다 보니 나무 팻말 '도동 옛길 해담길'이 보인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니 산 길이 나타난다. 붉은 동백꽃이 벌써 피어 흙 위에 뿌리어져 있다.
□ 울릉도 저동-도동 옛길 (울릉해담길 2구간)
아 힘들다. 어제는 깃대봉에, 오늘은 도동 옛길이라니! 원래 휴식모드에서 등산 모드로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자꾸 뒤처진다.
먼저 가요. 나는 틀렸어요.
제이 씨가 가져온 커피를 홀짝홀짝 다 마시고 기운을 차려 걷고 걷다 보니 도동 해안도로가 나타난다. 물이 맑다. 고기도 많고 해파리도 보인다.
저 멀리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김광석 씨의 노래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또 하루 멀어져 간다'
김광석 노래가 이렇게 슬픈 줄 몰랐다. 울렁거리는 바다와 그 위에 쏟아지는 햇빛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에 내 마음이 출렁거린다.
□ 울릉도 해안도로 물고기와 해파리
일출을 보고 함께 도동 돌솥 식당에서 돌솥 따개비밥과 돌솥 문어밥 그리고 호박막걸리를 시켰다. 어제저녁에 이곳을 혼자 정탐할 때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약간 걱정했는데 꿀맛이다! 돌솥 따개비와 문어를 간장에 비벼 나물들을 섞고 그 위에 명이나물을 올려 먹으니 꿀맛이다. 가마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도 구수하고 따뜻하고 맛있다.
□ 울릉도 도동 돌솥식당
오늘 울릉도를 나와 강릉으로 가기로 했던 제이 씨는 걷고 나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강릉행 배를 취소하고 독도행 배를 예약했다. 며칠 전 독도에 갔었지만 내리지 못했는데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한 것이다.
제이 씨는 독도로, 나는 독도박물관으로 갔다가 4시에 저동항 천금 수산에서 만나서 같이 독도 새우를 먹기로 했다. 점심에 먹으려 했으나 독도 새우 배가 아직 안 들어왔다고 4시에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일출도 보고 옛길도 걷고 돌솥 따개비밥과 돌솥 문어밥도 먹었다. 거기에 씨앗호떡 하나 더얹어요.
(많이 걷는데 도통 살이 안 빠진다. 참 이상해.)
□ 도동 다와호떡가게 씨앗호떡 1,500 원의 달콤함
도동항에서 돌솥 식당 지나 다와 호떡 지나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걸어간다. 호떡가게에서 약수공원을 지나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천천히 걸어 25분 걸렸다. 케이블카는 정각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00분, 15분, 30분, 45분. 소요시간은 약 5분. 입장료는 7,500 원. 울릉군 자매도시 열 곳은 4,500 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꼭 입장권을 끊기 전에 미리 자매도시라고 말해야 한단다.
케이블카를 전세내고 전망대로 올라간다. 입장권은 내려올 때도 필요하니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망대는 위로 가는 시가지 전망대와 아래로 가는 해안 전망대로 나뉜다. 둘 다 가고 싶었지만 시간이 짧아 시가지 전망대로 올라간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거리는 87.4km! 일본 오키섬과 독도의 거리는 157.5km. 울릉도에선 독도가 보이지만 일본에선 안 보인다.
□ 울릉도ㅡ독도 거리는 87.4km
다시 케이블카를 내려와 독도박물관에 들린다. 독도박물관 안내 종이를 펼치니 독도 지도가 된다. 가져오길 잘했다.
독도가 우리 땅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첫째, 독도는 신라에 우산국이 속해진 512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우리나라 땅이었다. 이 내용은 삼국사기(1145), 고려사(1451), 세종실록지리지(1454), 천하총도(18세기 후반)에 실려있다.
둘째,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사실은 일본 문헌에도 실려있다. 또한 1946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지도에도 독도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셋째, 독도에는 한국 주민이 살고 있다.
독도 최초 주민 고 최종덕 씨는 1981년부터 사망 해인 1987년까지 독도에 살았다. 2대 주민 조준기 씨는 최종덕 씨 사위로 91년부터 94년까지 독도에 거주했다. 3대 주민 김성도.김신열 부부는 1991년부터 거주했다. 김성도 씨는 1998년에 사망하고 김신열 씨가 현재 독도에 살고 있다.
넷째, 독도 명예주민은 2019년 8월 5만 명을 돌파했다. (2018년까지 독도에 방문한 사람은 220만 명이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소중함, 선조에 대한 고마움이 솟아난다.
뭔가 뭉클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내려온다.
울릉도를 떠날 시간이 다가온다.
저동 여객선터미널에서 발권을 하고 독도 새우를 위해 천금수산에 전화했는데 아직도 독도 새우는 도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한 뱃멀미가 있음에도 두 번째 독도 탐방에 나선 제이 씨는 오늘도 독도에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괜히 나도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