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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풋풋씨 Jan 25. 2020

빨대는 빼 주세요

카페에 가면 기억해야 할 것

며칠 전 학교 친구들을 서울역 한 식당에서 만났다.  5  년 만에 보았지만 어제 보고 또 본 듯한 이 친밀함과 익숙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맛있는 게살수프와 바삭한 탕수육 그리고 달콤한 짜장면까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인지 더 맛있었다. 밥을 먹었으니 밀린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야지. 자리를 옮겨 카페로 이동했다.


아이스 커피 음료 (출처 스타벅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얼죽아) 파가 나포함 무려 네 명. 거기다 모두 라테. 그래서 아이스 카페라테 네 개, 아이스 레모네이드 한 개, 핫 아메리카노 한 개 주문이 들어가고. 수다타임 시작!


음료가 다 준비되었다고 진동벨이 울려 일어났다.

쟁반에 담긴 음료를 보는 순간 잠시 얼음.

아이스 카페라테가 담긴 유리컵 위에 친절하게도 검은색 플라스틱 빨대가 모두 꽂혀 있었다.

아...이런 친절함은 싫은데요.

죄책감과 침울함의 감정이 피어났다. 잠시 친구들의 대화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카페에선 일회용 컵이 규제되고 있지만 빨대는 여전히 자유롭게 사용된다. 소비자들이 빨대 보관함에서 선택 취사하는 곳이 많지만 이렇게 음료 위에 꽂혀 나오는 곳도 많다.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고, 카페 안에서 마신다고 방심해선 금물이다. 필요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빨대가 나온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빨대는 빼고 주세요!"라는 말의 필요함을!




불과 1 년 전 우리는 한 영상에 분개하고 슬퍼했다. 바로 크로아티아 해변에서 발견된 거북이 영상이다.

한쪽 코에 빨대가 박혀 괴로워하는 거북이의 모습은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거북의 성별 99.8%가 암컷이라고 한다. 파충류는 부화 당시 환경에 의해 성별이 결정되는데 높아진 모래와 바다의 온도가 암컷을 만든다는 것이다.


겨울이 따뜻하다. 추위를 싫어하지만 걱정되는 따뜻함이다. 바다 온도는 높아지고 가라앉는 섬나라도 발생하고 있다.

사람도 일 년에 신용카드 한 장 분량의 플라스틱을 먹는다고 한다. 더 이상 거북이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의 문제이고 나의 문제이다.




스텐 빨대를 구입했다.

빨대 하나에 990원! 심지어 무료배송이다. 빨대와 세척숄, 파우치 세트는 3,000 원. 택배비 포함 5,500 원이다.

빨대를 챙기지 못한 날에는 컵째 들고 마시거나, 따뜻한 음료를 마신다. 하지만 미리 꽂혀 나오는 빨대가 등장한다는 게 문제다. 이제 카페에 가면 꼭 먼저 말하겠다.

"빨대는  빼 주세요!"




https://youtu.be/EUSmLIQGn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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