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만난 행운
아늑한 집에 도착했어.
집이 주는 편안함과 위로에 기분이 몽글몽글 좋아지고 있을 때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어.
야옹 야옹
주위를 둘러봤어.
담장 위에 네가 있었어.
담에서 내려오고 싶은데 담이 높아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다 내 손 안으로 슝 점프한 너의 모습.
아직도 생생해.
그날부터 정말 매일 봤어.
공식적으로 옆집 가족이 너를 돌봐줬고 나는 제2 돌보미를 자처했어. 물론 네가 나를 더 돌봐줬지!
아침형 고양이.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면 그 소리에 이미 너는 창문 앞에서 나를 기다렸고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땐 화분 옆에서, 자전거 옆에서 있다가 나를 맞아줬어.
집안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리면 다가와
문 좀 열어달라고 끝도 없이 야옹했고
집에 들어와서는 예쁘게 몸단장도 하고
리모컨을 옆에 두고 잠도 자고
뱃살이 많이 나왔다고 놀라서 체중계도 쟀어.
하루는 너무 바빠서 아침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네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출근했어. 그날 집에 왔는데 마당에 뒤돌아 있던 너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 내 발자국 소리, 문 여는 소리를 기가 막히게 아는 너였는데 그날은 아무 소리도 못 듣는냥, 나랑 모르는 사이인냥 가만히 있었어.
행운아...나 왔어
미안해. 아침에 인사 못 해서. 아무리 바빠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너무 미안해. 용서해주라.
그제야 마음이 풀어진 너는 예전처럼 다시 내 집 창문을 두드리고, 내 발 옆에 꼭 붙어서 놀았어.
며칠 동안 여행을 갔다 왔어.
너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일어나더니 양팔을 벌리며 마구 야옹야옹야옹야옹 했어. 난 정말 그때 네가 사람 말을 하는 줄 알았어.
도대체 어디에 갔다 온 거야?
가면 간다고, 얼마나 간다고 얘기를 해주고 가야지. 사람 아니 고양이 이렇게 걱정시켜도 되는거야?
그리고 내 신발을 꽉 누르며
당분간은 어디 갈 생각 하지도 마라고 했어. 아니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그러다 그 집 계약기간이 끝나 나오게 됐어.
마음같아선 너랑 같이 나오고 싶었지만 너의 옆집 가족, 마당, 친구 고양이도 너에게 무척 소중할 테니까.
순창에 갈 때마다 너를 보러 갔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너를 볼 수가 없더라.
옆 동네로 마실 나갔겠지 생각했는데 몇 번을 찾아가도 네가 안 보이더라.
그렇게 또 너를 찾아간 어느 날, 옆집 아저씨께 네 소식을 들었어.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이야기. 믿기 싫은 이야기.
그래도 너와 만났던 한 순간순간이 내 마음속엔 차곡차곡 쌓여있어.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가면 먼저 간 반려동물이 마중나온다는 그림을 보았어.
정말 그래서 너를 다시 볼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행운아 너를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