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모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Nov 04. 2021

그냥 말고, 깊게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책 <그냥 하지 말라>

-가장 위험한 사람은 중간에 있는 사람이다.

데이터로 사람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 송길영님의 신간 <그냥 하지 말라>를 읽었다. ‘하지 말라’라는 슬로건에 혹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나니 역시나 ‘제대로 하라’는 말이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냥’이 아닌, 자기 목소리를 내라. 진정성 있는 성장의 기록을 남기고, 내 숙고의 결과를 팔아라. 이런 메시지가 이 책의 핵심인 것 같다.     


-그냥 하지 말고 과정을 혁신하라.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 원데이 클래스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그는 일상에서 내가 하는 일 자체를 혁신하라고 말한다. 그 혁신과정 자체가 경쟁력 있는 배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웃소싱하지 말고, 큰 그림을 보라고 말한다. 직전에 읽은 책 <나는 4시간만 일한다>에서 아웃소싱의 장점만을 이야기한 것과 반대로, 아웃소싱이 갖는 반대급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뱃사공 아저씨는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멋진 생활 근육을 가진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업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가족 같은 회사는 위태롭다.

조직도 재사회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명하복, 위계, 유니폼과 같은 집단화의 노력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대다. 각자의 전문성이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키도록 하는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 우리는 코로나라는 위기를 통해 다른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생산성을 위해 필요한 줄 알았던 것이 사실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재택근무로도 생산성이 높을 수 있다는 것, 일하지 않는 관리자가 사무실 안에서 갖고 있던 감독관의 지위는 점점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상사가 상사가 아닌 동료의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지 않는 상사는 도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분화하는 사회, 선택하는 개인

개인의 취향이 더욱 깊어지고, 중요해졌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없게 되자 홈카페를 만들었다. 함께 만나서 자기계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자기계발을 완수하고 그것을 인증하게 되었다. 이것은 코로나로 변화한 나의 일상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취향에 맞는 다양한 원두를 구비하게 되고, 입맛에 맞는 와인을 구입하고, 자기계발에 필요한 장비에 투자하게 됐다.

혼자가 편안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비대면 서비스 산업에도 급격한 발전이 일어났다. 콜센터와 점원은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일자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자동화된 일자리가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를 제어하고 싶은 개인의 욕망이 지금의 사회 변화를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욕망을 ‘비대면’이라기보다는 ‘선택적 대면’이라고 정의한다.     


-출근을 꼭 해야 하나요?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가 재택근무를 기피했던 이유가 그럴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것들도 의심해볼 수 있다. 우리는 꼭 학교에 가서 교육을 받아야 할까? 직업은 꼭 하나여야 할까?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가치관은 맞는 걸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가 부여되고 더 창의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택근무가 무조건 자유로운 근무의 형태인 것은 아니다. 메타버스 안에 구현된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면, 사무실에서 누릴 수 있었던 여유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고 한다. 과정별 데이터 추적이 가능해져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거짓말로 일하는 척해온 많은 사람들의 지위가 흔들릴 세상이 올 것이고 이미 와 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진 나에게 희망을 제시해준 송길영님께 감사한다. 그는 ‘행복을 미래로 미루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댓값이 줄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는데, 그의 예측과 같은 미래를 기대하며 지금 조금 더 행복을 유예해도 되는 것일까? 조용히 고민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명견만리 –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