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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Jan 04. 2022

잘 풀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답

책, <럭키>

저자가 성공한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공통점, '운'이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이전에도 비슷한 책을 읽은 기억이 있어 나의 옛 서평 블로그를 읽다가 '보이지 않는 차이'라는 책을 찾았다. 비슷하다. 그 책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실력은 '운'이며, 초심자에게는 행운이 따르기 쉽고, 이러한 운을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갖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책을 읽은 지 정확히 11년이 흘렀다.  나는 이직하고 싶은 회사의 필기시험에 불과 1점 차이로 떨어졌다. 문제가 쉬워서 다 풀고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던 나를 수십 번 자책했다. 잘 몰라서 고민하다가 답안을 바꾼 한 문제가 저주의 주문처럼 아른거렸다. 이 한 문제만 맞혔어도.... 한 문제에 2점짜리였다. 그러니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진 것도 아니다. 불과 반 문제 차이로 나는 지상으로 올라갈 희망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결국 잘 풀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대답이 '운' 아닐까? 내가 놓친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 나보다 소위 '넘사벽'의 실력을 가졌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새로운 해답을 줄 수 있기를 더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지나친 기대, 지나친 행복 회로는 나에게 좌절을 안겨줄 뿐이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나는 반문제 차이로 떨어지지 않았다. 운이 좋아서 그나마 반문제 차이까지 올라간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최선을 다했다. 교대근무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졸면서도 책을 뒤적였다. 승자독식의 경쟁 사회에서 나는 그저 탈락자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서는 탈락도 '운'일 것이라 명명해본다. 나의 '운이었어요'라는 대답은 읽거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차이가 있을 뿐.


운=로또? 대박? 아니었다. 이전엔 '운'이라는 단어가 그런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운'이란 단어 앞에서 겸허해진다. 지금 내가 가진 자리 역시, 그것을 놓친 사람들보다 내가 넘사벽의 실력을 가져서 얻은 게 아니지 않은가. 인생에선 탈락도 합격도 그저 수많은 운들의 파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겸허히, 겁내지 말고, 관두기 전까지 해보자. 


근 십여 년 간 인생이 너무 안 풀려서 서러운 나도 자신 있게 대답해본다. "그래도 운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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