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초라하게 창업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창업이란 성공적이어야만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안정을 포기한 대가로 큰 성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창업의 꿈을 그림의 떡으로 바라만 보는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긱 이코노미'의 등장으로 개인이 가진 역량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일을 상대에게 제공하고, 내가 못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대를 고용하는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 회사에 시간을 저당 잡혀 적성에 맞지 않는 일과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단, 회사만큼 일정한 수입이 창출되지 않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내공이 있다면. 창업의 가장 큰 준비물은 자본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감, 그리고 자기 자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창업 역시 거대한 자본의 힘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지속하는 초라한 창업이다.
'싫은 일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면 사람은 쉽게 병들고 만다.'는 책의 문구에 크게 공감한다. 그렇다고 평생 건강한 백수로 살 수는 없다는 마음에 병을 얻는 직장생활을 하루하루 견딘다는 게 참 아이러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나는 생각했다. 초라한 창업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는 세상이 온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을 얻는 직장생활을 감내할 필요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다들 그렇게 사니까 참자'라고 인내하며 모두가 고통스럽게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 이번 생에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