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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잠 Apr 20. 2022

술에 진지한 여자

[책] 아무튼, 술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술에 대한 생각으로 이렇게 책을 엮을 수도 있다니 신기했다.

신변잡기 같은 느낌이 있긴 했지만 때로는 철학적이기도 했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도 했다.


술에 나름 진지한 여자. 하지만 술을 찾는 이유는 진지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느슨해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때로는 그 느슨함이 주사와 숙취로 연결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술을 찾고 술을 즐기고 술과 함께 인생을 고민해나간다.


대학교 시절 토론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꽤 술에 진지했다. 못다한 토론을 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을 마시기 위해 못다한 토론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들은 진지하게 몰입한 술이 주는 느슨함을 즐겼던 것 같다. 그곳에 몇 년간 꼽사리였던 나는 그 느슨함을 즐기기에는 덜 여물어 있었지만.


여유롭게 술을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니 가끔 그들이 생각난다. 물론 그들처럼 술에 진심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나도 그때부터 술을 즐길 줄 알았다면 대학의 낭만을 즐길 수 있었을까? 낭만을 쫓던 그들은 아직도 그렇게 술을 즐기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제는 두려움 없이 누군가의 술잔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데, 세월에 남은 건 그 누군가가 아닌 술잔뿐이다. 이제는 좀, 느슨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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