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를 광주에 다녀오게 만들었던 책

한강 - <소년이 온다>

by 낮잠

2023년 9월 광주에 다녀왔다. 슬퍼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잔혹한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은 국가가 있고, '아직도 장례식을 치르지 못한' 그들이 광주에 있었다.


형언할 수 없는 현실이 꾹꾹 눌러담겨 있는 문학작품과 민주화운동기록관, 전일빌딩 건물을 보며 5월 광주의 참상을 알아보려 노력했다.

빌딩 옥상에 올라 광주 시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동호가 웃으며 달려올 것만 같다. 유리같이 맑은 영혼들에게까지 그 참상은 빗겨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예전엔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p.130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도 영혼이라는 유리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국가가 국민을 학살하고 평범한 인간이 야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까지는 차마 실감하지 몰랐다. 양손을 들고 뛰어나온 어린 아이들이 총에 맞을지 몰랐다. 국가가 어떻게 이러는지,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러는지.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p.95


광주 그리고 책 <소년이 온다>는 인류에게 큰 질문을 남겼다.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인류가 이 커다란 질문에 대해 더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될까.

keyword
이전 13화결혼숙려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