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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꿰뚫리라!

한 번 138억 년의 거대한 역사에 도전해 보아라,

by 돌연해

빛이 강렬할 때이든, 어둑어둑한 때로 돌아왔을 때이든, 광야 같이 드넓고 마음의 정수를 깨우는 노을이든. 하늘을 보면 종종 하는 생각이 있다.


언제는 해가 이제 막 지기 시작했을 때에 아주 선명하고 크게 자리 잡은 달을 본 적이 있다. 또한 태양이 아주 당당히 자리 잡고 있을 때, 선명히 태양을 보려고 노력한 적도 있다. 밤에 한 별이 보일 때, 그것을 자세히 보려고 애쓴 적도 있고 말이다.




우주에 있는 작은 점인 태양계의 반지름은 15136848000000km, 즉 1.6 광년 정도라고 한다(기준에 따라 다르다). 이 단위가 체감이 되는가?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람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일단 단위부터 두렵다. 광년, 모두가 뜻은 알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약 30만 km/s이라는 빛의 속도를 체감하지도 못하는데 광년이라는 단어를 체감한다는 것은 모순적일 것이다.


그럼 한 번 단위를 줄여보자.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50000000km, 즉 1억 5천만 km 정도.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km. 아! 이제 뭔가 편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나― 이 조차도 우리에겐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달까지의 거리만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의 약 760배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름값이 10만 원 나온다고 가정할 때, 서울에서 달까지 가려면 7600만 원이라는 거금이 필요하다. 왕복 시 1억 5천2백. 만약 달에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당신은 온 뉴런을 달에 있는 돌로 쏘아 그걸 훌륭한 보관 상태로 가져오면 된다. 그렇다면 당신은 오히려 부자가 될 수 있는 괴리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나도 달이나 갔다 올까?


태양도 같다. 아니지, 같지 않다. 태양은 달까지의 거리의 390배, 즉 기름값 296억 4000만 원. 체감도 안된다. 만약 당신이 이 거금을 투자하여 태양에 가서 엄청난 가치의 물건을 가져오려고 한다면, 당신의 몸은 그전에 엄청난 온도와 자외선에 의해 소멸되었을 것이라는 참으로 난해한 사실을 잊지 말라.




우주는 이토록 거대하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태양계가 우주 전체는커녕 우리은하에서만 보아도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바닷속 한가운데, 또는 우주 한가운데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기둥을 형상하며 솟아오른다. 만약 그곳 한가운데 내가 떠다닌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두려움으로 인해 그런 상상은 그만하라는 뉴런의 명령이 들려온다.


그런데 한 번 우리의 생각을 연장해 보자, 우리가 대강이든 자세히든 매일 보는 하늘색 하늘이 사실 우리가 우주를 보는 데의 아주 거대한 장애를 발생시킨다는 것 말이다.


이름만 들어본 허블 망원경 그런 것으로 우주를 쿡쿡 찔러보는 ―우주는 인지도 못할― 것 말고, 하찮기 그지없는 우리 인간의 다사다난한 진화를 거쳐 생긴 맨 눈으로 경외로운 우주를 구경하는 것 말이다.


사실 산란한 파란색을 보며 우주에 대해 직관을 가지려는 것이나, 어둑어둑한 검은색에 가까운 색을 보며 그러하려는 것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상태의 무어를 보냐가 아니라, 그것을 보는 우리의 상상을 내뻗쳐 하늘을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138억 년의 거대한 역사에 도전해 보아라, 하늘을 볼 때마다 당신의 상상이 저 너머는 사실 우주라는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진실을 떠올린다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거시 세계에 대한 경외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약 하늘을 보았는데 달이나 태양이 꽤나 선명히 보인다면, 한 번 그것들의 실제 사진이나 영상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진실을 다시 되짚어보자, 저기 보이는 저것이 그 사진에 당당히 보이는 ―형언할 수 없는 공간이 있는― 구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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