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4개월

주 5일 글쓰기

by 김모씨



농촌 유학을 결심할 때만 하더라도 최대 거주 기간은 일 년이었다. 3학년을 보내고 4학년 때는 다시 시흥으로 복귀할 생각이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도 나도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학업 스트레스가 줄어 한결 밝아졌고 나 역시 비교할 대상이 절대적으로 줄어 도시에서 느끼던 막연한 불안감을 잊고 살 수 있었다. 농촌에서의 조용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우리 모자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왔다.


이제야 아이에 대한 욕심이 내려놓고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지고 있는데, 아이가 변하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는데 2학기를 보내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면 모든 게 사라지지는 않을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과밀 학급에서 아이가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나 관심을 받아볼 수 있을지, 모두가 사교육을 받는 환경에서 엄마의 소신을 지킬 수 있을지, 예전처럼 불안함에 휩싸여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아닌지 자신이 없었다.


유학 생활을 일 년 더 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아이보다 내가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여유로운 시간과 주변 사람이 절대적으로 적은 환경에서 더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었다.

아파트의 편리한 생활 대신 짊어지어야만 하는 의무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편과 아이의 끼니를 챙기고 양쪽 부모님과 가족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일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좋았다. 돌아가면 모든 걸 다시 해야 할 것이다.


아이를 설득하는 일은 쉽다고 생각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되고 학교에서든 방과 후든 노는 게 대부분인 일상을 나보다 더 만족하리라 확신했다.

엄마가 도시에 가도 혼자 남아 유학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던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년에는 집에 돌아가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아이는 아빠를 너무나 그리워했다.

“도시에 가면 아빠는 회사 다니고 운동하느라 바쁠걸. 그리고 가끔 보는 거니까 더 좋고 잘해주는 거야.”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 별소리를 다 해보았지만 올해까지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아이의 결심은 변함없다.


어쩌면 이번 학기를 보내고 도시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화순에서의 시간이 4개월뿐이라면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써야 할까.

남은 시간만이라도 모든 의무에서 벗어나 내 마음대로 하루를 써보고 싶다. 헬스와 수영을 모두 끝낸 후에 찾아오는 뿌듯함을 매일 느끼고 싶다. 원하는 만큼 글을 쓰고 읽고 싶다. 영화가 보고 싶은 날엔 버스를 타고 무작정 영화관으로 향하고 싶다. 가끔은 단골 미용실과 카페를 찾아 기분 전환도 하고 싶다. 주말 저녁에는 먼 산을 바라보며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큰 소리로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어 보리라.


그 후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도시에 돌아가면 또다시 나는 예전의 조급하고 불안한 사람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마음의 여유를 잃고 또다시 아이를 다그치며 관계를 망치는 건 아닐까 싶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 걱정은 해서 무엇하랴.

어쩌면 농촌에서 보낸 일 년의 시간이 나와 아이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지도 모른다.

도시에 돌아간 후 예전보다 여유있고 행복하게, 보다 담대하게 삶을 살아갈 지도 모른다. 아이와 나 모두 농촌에서 쌓은 추억을 평생 자산으로 간직한 채 말이다.

그러니 걱정은 멈추고 주어진 시간을 잘 쓰자. 스스로를 괴롭히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대신 선물 같은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자.

바로 지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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