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것인가 말 것인가.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뭔가. 징표가 될 만한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어.”

시작은 그 한마디였다.


중년이 된 나이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 일을 기념하고 싶었다. 인연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몫했다.

커플 팔찌와 같은 아이템을 찾아보았지만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최근에 타투를 했다는 친구 이야기를 하며 그가 제안했을 때는 정색하며 내 몸은 물론, 상대방의 몸에도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늙어서 피부에 주름이 지고도 보기 좋을까, ‘신체 발부 수지부모’라는 말도 있거늘 함부로 소중한 몸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보수적인 발언까지 서슴없이 내뱉었다.


읍내를 벗어나 인근의 대도시로 수영을 하러 간 날이었다.

수영장의 시설과 규모에 이어 군 단위의 보수적인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젊은 이용객들의 몸에 그려진 갖가지 그림에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타투가 혐오스럽거나 치기 어린 낙서가 아닌 귀엽고 호감을 일으키는 그야말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 날이었다.

인연이 끝나면 치명타가 될 상대방의 이름 첫 글자나 기념일과 같은 표나는 상징 대신 평생 마음에 품고 있는 문구를 이번 기회에 몸에 새기고 싶다는 상대의 호소에 결국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각자의 도시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원하던 문구를 몸에 새겨넣었다.

화순으로 돌아온 저녁, 그를 만나자마자 가장 먼저 웃옷의 허리춤을 들어 타투를 확인했다. 과감하기도 하지, 예상보다 큰 크기에 한번 놀라고 하얀 살결에 또렷하게 새겨진 글씨체가 예뻐서 두 번 놀랐다.


할까 말까 거듭하던 고민은 어떤 문구나 도안을 어느 위치에, 어떤 크기로 할 것인가로 그 내용이 바뀌었다. 하고 싶은 도안을 정하고 나니 믿을 만한 타투 전문가를 찾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게 오늘 오후도 타인의 몸에 새겨진 갖가지 문구와 그림들을 한참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 떨리는 마음의 정체는 무엇인가. 나는 정말로 그 도안을 내 몸에 새기게 될 것인가. 그리고 죽을 때까지 지금 이 인연을 기억하게 될까.

가장 빠른 예약일인 9월 마지막 주, 과연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타투에 바셀린을 바르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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