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나의 경험
-임신
임신 중절에 관한 글을 읽고 있다.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임신은 환영받을 만한 일이 된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은 종종 당황스러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부모가 될 준비가 덜 된 두 사람 모두에게말이다.
임신에 대한 나의 첫 반응도 당혹스러움이었다. 임산부가 되거나 신생아를 돌보는 나를 상상해본 적 없었다.
일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드러누워 귤을 까먹으려던 참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귤을 먹는데 역했다. 드라마에서처럼 무언가 올라와 입을 막으며 화장실로 뛰어가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도무지 귤을 넘길 수가 없었다.
어렴풋하게 ‘혹시?’라는 예감이 스쳤지만 별일 아닐 거라며 상황을 넘겼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와 병원을 찾았다. 임신이 맞았다. 이제 막 아기집을 형성한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들고 진료실을 나왔다. 남편에게 사진을 건냈다.
임신한 것 같다는 말에 남편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아닐거야.’였다. 약국에서 산 진단키트에도 두 줄이 뜨자 둘 다 놀라서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데이트를 하며 수없이 지나가던 길에위치한, 당시에는 그저 풍경처럼 보이던 대형 산부인과였다. 병원에서 받은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찾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병원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오기 전 친정집에 먼저 들러 소식을 전했다. 친정엄마는 난데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둘째 조카의 임신 소식을 반기지 않았던 엄마이기에 딸의 임신 소식에 실망감을 비치리라 예상해서 갑작스러운 포옹에 조금 얼떨떨했다. 시댁에서는 먼저 결혼한 아주버님에게 아이 소식이 없어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드라마에서 본 장면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간 본 장면들은 이러했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이 사무실 한가운데에서 큰 소리를 질러 주변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든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아내를 번쩍 안아 올렸다가 급하게 내려놓고 자신의 부주의함을 사과한다든지.
예정보다 일찍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올 생각에 분주해졌다. 일을 그만두고 돌아와 긴 하루를 무얼 하면서 보내나 조금 막연하기도 했다. 그리고 계획한 것들이 어긋나버렸다는 좌절감에 많이 울었다.
임신 중절에 관한 글을 읽다가 나의 임신 장면이 떠올랐다. 벌써 십 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로도 임신은 언제나 두려운 일이다.
여전히 아이를 품고 태교를 한다거나, 산후조리원에서 영양가 넘치는 식사를 하며 몇 번이고 수유실로 불려가는 나의 모습은 도무지 머릿속에 그려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