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 애착 모자(母子)

by 김모씨

아이를 키우며 한동안 각종 육아 프로그램과 교육서를 섭렵해왔다. 언젠가부터 아이보다는 나의 문제에 집중하며 나를 이해하는 도구로 육아 정보를 대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주 양육자의 관계에 따라 아이는 안정적으로 혹은 불안정적으로 애착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때 형성된 애착은 그 후 성인이 되고 나서도 아이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몇 해 전, 내가 불안정 애착 유형 중 ‘회피형’의 성격은 다 갖추고 있음을 깨달았다. 진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정작 누군가와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회피하는 성격, 이른바 한 발 다가 오면 열 발 멀어지는 성격 때문에 항상 외로웠고 주변에서 오해도 많이 받아왔다. 마흔이 다 되고 나서야 이런 성격의 원인을 알게 된 날, 속이 아주 후련했던 기억이 난다.


불안정 애착 회피형 엄마의 육아는 어땠을까? 아이의 문제도 사람과의 관계나 삶의 중요한 문제들처럼 회피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아이는 불안정 애착 유형 중 ‘집착형’ 성격을 보인다. 잠자리 독립도 중도 포기, 아이는 함께 누운 방에서 등을 돌리고 자는 것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종일 엄마가 집안에 머무르기를 원하는 아이, 한시도 자신에게 눈을 떼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아이. 모든 것이 내가 아이와 안정된 애착을 맺지 못한 대가인가 보다.


오늘도 불안정 애착 모자의 하루는 시작부터 쉽지 않다. 아침부터 부루퉁한 엄마의 모습에 아이는 상처를 받고 매 순간 엄마의 기분을 살핀다. 밥을 차리고, 치우고 빨래를 정리하는 '엄마'를 끊임없이 찾는 아이의 목소리를 회피하고 싶은 엄마는 헤드폰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한 시간만 나에게 시간을 달라는 엄마와 숙제도 영상보기도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아이의 불협화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남편이 매우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부모님과 남편의 노력 그리고 우연이 맺은 결과일 테다.

나에게도 누구보다 큰 자식 사랑을 가지신 부모님이 계셨고 이리저리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갈피를 잡지 못한 나의 노력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어찌할 수 없었던 우연의 요소들이 모여서 나는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는 데 실패했다.


나의 ‘안정 애착 형성’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뜬금없이 커피값이라며 용돈을 부치는 아빠, 돌잔치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금반지를 사주겠다는 엄마. 굳게 닫은 마음을 조금씩 열어보이며 나를 믿어달라고 말하기 시작한 마흔 살이 된 딸.


흔히 애착 형성에 결정적인 시기를 자녀의 유아기로 꼽는다. 아이의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세상과 믿음을 쌓아가는 시기. 나도, 나의 아이도 그 시기를 놓쳤다.

그 결과, 불안정 애착 회피형 엄마와 불안정 애착 집착형 아들은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쟁 속에도 종종 평화의 순간은 찾아든다. 누군가는 말했다. ‘우리에겐 쇠털같이 많은 날이 있다’고. 불안정한 인간에서 안정된 인간으로 나아갈 시간과 기회가 우리 모자에겐 아직도 많다. 쇠털같이 많은 시간에 희망을 걸고 조금 더 노력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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