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첫 시간

주5일 글쓰기

by 김모씨


인근 도시의 동네 책방에서 열리는 글쓰기 강좌 모집 공고를 본 후, 아주 오래 고민했다. 글쓰기 수업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고 수강생들 앞에서 내가 쓴 글을 낭독하는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를 떠나, 나는 일단 소리 내어 무언가를 읽는 게 어렵다.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해 글을 읽다 결국 울어버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떨리는 목소리를 제어하기 힘들다.

왕복으로 거의 네 시간이 걸리는 수업 장소도,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수업보다 높은 수업료도,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문제가 안 되는데 딱 한 가지, 사람들 앞에서 목소리를 낼 일이 두려워 며칠간 등록을 망설였다.


너무 고민만 해서 삶이 피폐해질 때쯤 수업 날이 되었다. 평일 오후 글쓰기 강좌라 그런지 아직 마감 전이었다. 등록 버튼과 함께 곧바로 결제를 해버렸다. 수업 시간 두 시간 전에 서점이 위치한 동네에 도착해 오늘은 떨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내가 쓴 걸 읽어 나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참을 걸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팠다. 모처럼 농촌을 벗어나 도시에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는 걸 기념할 겸 특별히 맛있는 걸 먹겠다며 골목 탐방을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가 예쁜 샌드위치 가게를 발견했다. 천천히 주문하라는 사장님의 안내를 듣고 메뉴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수제 리코타치즈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장님의 귀여운 취향이 느껴지는 소품들을 몇 컷 찍고 나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커피와 샌드위치 둘 다 정말 맛있었다. 글쓰기 수업이 진행되는 5주간 매일 이곳에서 샌드위치를 종류별로 맛보리라 다짐하며 가게를 나섰다.


수업 시간 오 분 전, 서점에 도착했다. 직원에게 글쓰기 수업 수강생이라고 밝히고 서둘러 모임 장소에 자리를 잡았다. 강사와 몇 명의 수강생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수업 자료로 보이는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를 발췌한 프린트물이 눈에 띄었다.

‘돌아가면서 저걸 읽으려나?’ 남들 앞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강의실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서점 직원이 강의실에 들어와 한 명씩 이름을 물었다. 입을 떼고 이름 세 글자 말하려는 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또 시작이구나,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예상과 다르게 강사님이 자료 전체를 읽는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글을 읽고 이야기를 주고 받은 후, 주제가 정해지고 각자 글을 쓰는 시간이 주어졌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쓰는 일에 집중하느라 발표할 걱정은 잠시 잊고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피할 수 없는 그 시간이 되었다. 돌아가면서 각자의 글을 읽는 순간이 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옆자리에 앉은 수강생은 글의 내용으로 보아하니 방송국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였다. 전문 직업인답게 또렷한 발음과 아름다운 음성에 감탄이 나왔다. 동시에 나는 이제 어쩌나 앞이 까마득해졌다.

드디어 내 순서가 되었다. 제목과 필명을 씩씩하게 읽었다. 조금 떨리던 목소리가 안정을 찾아가는 게 느껴졌다. 염소 소리를 내지 않고도, 울지 않고도 남들 앞에서 내 글을 읽는 데 성공했다. 남들은 모르는 성취감에 도취 된 채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어떤 이는 나의 글이 라디오 사연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강사님은 나의 글에서 몇 번 웃음이 나왔다고, 웃음의 포인트를 꼭 집어 ‘쪼잔한 귀여움’이라 말했다. 귀여움보다는 ‘쪼잔함’이 마음에 남았지만 기분이 좋았다. 아나운서 수강생이 귀엽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더 긴 글을 써도 좋을 것 같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등 입이 귀에 걸리게 좋은 피드백들이 이어졌다.


수업이 끝나고 서점을 나서며 콧노래가 나왔다. 버스에 타서도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정말 맛있는 샌드위치 가게를 발견한 것, 울지 않고 씩씩하게 내 글을 끝까지 읽은 것, 마구마구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칭찬을 한가득 들은 것. 오늘은 꼭 이걸 쓰리라 마음먹었다.


글쓰기 수업 듣기를 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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