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나 민음사 말고

by 김모씨


글쓴이 : 김모씨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한 지인이 주말 출근을 하고 홀로 남았다. 노트북을 들고 지인이 알려준 도서관을 찾았다. 자주 가던 도서관과는 뭔가 다른 ‘낯설음’이 마음에 들어 열심히 근무 중인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 도서관 왤케 좋아요?”


신간 도서 구역에서 글쓰기 플랫폼에서 보아 눈에 익숙한 책을 집어 들었다. 신진 작가를 발굴해 출판까지 연계해주는 공모전으로 유명한 플랫폼이다. 얼마 전, 나도 응모 버튼을 누른 후,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나지 않는 응모작의 수를 확인하고는 좌절한 기억이 있다.

서가에서 고른 책은 지난해 해당 플랫폼의 공모전 수상작이다. 도대체 어떤 글을 써야 당선이 되나, 궁금한 마음에 프롤로그부터 읽어나가는데 솔직함을 넘어서 강렬한 데다, 나와 뗄 수 없는 문제를 주제로 한 글이어서인지 자리에 앉아 단숨에 반 이상을 읽었다.

가져온 노트북으로 어영부영 글을 한 편 쓰고 다시 서가를 둘러봤다. 독립출판에 관한 책, 수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단상을 적은 책, 다음 주 글쓰기 수업에서 읽기로 한 저자가 그린 만화책을 골라 자리로 돌아왔다.

작년, 자가 출판으로 책 한 권을 내며 ‘내년에는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야지.’하고 다짐했었다.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올해 쓴 글을 묶어 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상작을 읽고 나니, 내가 쓴 글이 다음 달 발표될 ‘2022년 000 대상 수상작’에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 같다. 독립출판보다는 기성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싶다는 야망을 내심 품고 있었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책을 내 줄 사람이 없으니, 결국 내 손으로 출판하는 길만 남았다. 독립출판에 관한 책을 읽어나가다 돈도 돈이지만 품이 많이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안에 책을 내려면 바짝 정신 차려야겠다.


공모전 입상과 독립출판 말고 제3의 대안도 있다. 바로 출판사에 투고를 하는 거다. 거절을 당하더라도 한 번 해보리라 각오하며 방금 서가에서 꺼내 온 책들의 출판사를 확인했다.

‘아침0’, ‘ 00마치 북스’, ‘ 0키’, ‘ 00북스’ 평소 관심이 없어서인지 모두 낯선 이름이다. 판권지를 확인하니 한 권만 빼고 모두 1쇄로 인쇄된 책들이다. 무작위로 뽑아 든 네 권의 책들 모두 재기발랄한데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엔 정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독자이기만 했을 적엔 유명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주로 봤던 것 같다. 민음사,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책은 어느 정도 검증된 거라 여겼다. 돌베게, 유유, 봄날의 책, 열화당 같은 출판사의 책은 믿고 본다며 오만을 떨기도 했다.

매일 하찮은 글쓰기를 하며 행여나 저자가 될 날이 오지는 않을까 꿈꾸는 요즘은 익숙하지 않은 출판사와 거대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책에 눈길이 더 간다.

그간 쓴 글을 엮어서 책을 내는 일,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인디자인 책을 들고 씨름을 하든 투고할 출판사 목록을 만들든 뭐라도 해야겠다. 일단 원고부터 추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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