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글쓰기
글쓴이 : 김모씨
주말에 예정된 일정을 준비하느라 마음만 분주한 한 주를 보냈다.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해야 할 일을 한없이 미루어두었다. 평소 아침에 눈을 뜨면 원서를 읽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잠을 깨우고 오늘도 잘살아보자는 일종의 다짐이었는데 건너뛴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오전 근무 시간에도 제멋대로 일을 대충 마치기 일쑤였다. 청소해야 할 곳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도 모르는 척 넘겼다. 하는 일도 없는데 허기가 느껴져 요 며칠 과식을 했다. 많이 먹으면 불쾌해지고 매사 짜증을 부리는 게 요즘 내 모습이다.
루틴에 기대에 살고 있었다. 매일 할 일의 목록을 적는 수첩이 있다. 거기서 거기인 목록을 매일 적고 지우는 의미 없는 일이 나에게는 너무나 중요하다. 하루를 버티는 힘이자 삶을 유지하는 동력이다. 수첩에 적힌 목록을 모두 지워야만 두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책상을 정리하다 한쪽 구석에 놓인 수첩을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일정을 적은 게 지난주 금요일이다. 주말을 포함해 정확히 7일간 루틴이 무너진 삶을 살았다.
기분이 급속도로 안 좋아졌다. 어제처럼, 그제처럼 죄 없는 아이에게 성질을 내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잠시 멈추어 생각해보았다. 저녁 8시가 다 된 시간이지만 평소 루틴처럼 하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책 읽는 일보다 급하고도 중요한 우선순위는 글을 한 편 쓰는 일이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빈 문서를 열고 글을 쓸 때 하던 대로, 즐겨찾기로 등록된 네이버 사전을 열었다. 제목을 정하는 일도, 첫 문장을 쓰는 일도 평소보다 어려웠다. 미간에 잔뜩 주름을 잡힌 엄마를 흘긋대는 아이의 시선이 느껴졌다.
어쨌든 첫 문장을 시작하고 글을 쓰고 있다. 불쾌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도 같다. 한 꼭지의 글을 다 쓰고 나면 오랜만에 책을 좀 읽어야겠다. 잠자기 전엔 수첩 한 장을 넘기고 내일 날짜를 적은 후,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작성할 것이다.
언제쯤 수첩이나 해야 할 일 목록 없이도 정상적으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루틴에 너무 기대에 사는 건 아닐까? 삶의 주도권을 작은 수첩에게 빼앗긴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루틴에 기대어 산다. 하지만 루틴을 잊고 일주일을 살았다. 생각해보니 지난 일주일 동안 별 탈 없이, 비교적 ‘잘’ 살아왔다. 주말 일정 준비도 틈틈이 마쳤고, 무단결근이나 근무 태만으로 지적을 받은 적도 없다. 글쓰기 수업도 잘 다녀왔고 아예 글을 못 쓴 건 아니다. 과식을 했다지만 몸무게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급작스럽게 성질을 부렸지만 상대에게 곧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래도 나, 루틴으로 돌아가려 한다. 하루를 좀 더 잘 살고 싶고, 더 많은 글을 읽고 쓰면서 지내고 싶다.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고 싶다. 이런 마음에 도움이 된다면, 루틴에 기대어 사는게 뭐 크게 해가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