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의 배움- 수영편

learning of small mind

by 김모씨


수영 강습을 다시 등록했다. 작년 수영을 배우는 것에 재미를 붙여 한동안 출근 도장 찍듯 수영장에 갔다.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도, 몸이 뜨는 것 모두 신기했던 시기다. 헤엄을 쳐서 앞으로 나아가다니, 스스로가 너무 대견스러울 지경이었다.

첫 고비를 만난 건 평영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팔 동작도 발차기도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함께 배우기 시작한 강습생들은 앞으로 쭉쭉 나가는데 혼자 뒤처지며 스트레스를 받았고 예전만큼 수영이 재미있지 않았다.

일을 핑계로 수영 강습을 쉬기로 하니 겨우내 물 근처에 갈 일이 없다가 3월이 되었다. 아이가 등교하고 나니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어 다시 수영 강습을 등록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몸을 담근 수영장 물은 너무 차가웠다. 한참을 덜덜 떨다 겨우 익숙해져서 발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자유형을 해보려는데 잘되지 않았다. 몸은 기억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손발은 리듬을 잃었고 호흡을 하는 대신 자꾸 물만 먹기 일쑤였다. 예전에는 자유형을 하다 지칠 때 쉬어갈 겸 연습하던 배영마저 힘에 부쳤다. 가만히 누워서 팔만 조금 휘적이면 되는데, 천장을 보며 여유를 즐겼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레일 끝에 겨우 도착해 몸을 일으키니 코에서 폭포수 같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강습 둘째 날, 수업이 시작되기 30분 전 도착해 다시 덜덜 떨며 몸을 담갔다. 혼자서 자유형연습을 해보았지만 두세 번 호흡하면 어김없이 숨이 딸려와 더 나아갈 수 없었다. 기초반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었나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강습을 시작했다.

내 걱정을 알 턱 없는 강사님은 수강생들에게 자유형 왕복을 루틴을 지시했다. 슬금슬금 출발선에서 물러 가장 마지막 순서에서 초조하게 출발할 준비를 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고 힘차게 수영장 벽을 발로 차며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혼자서 연습할 땐 왕복은커녕 몇 미터 나아가기 힘들었는데 완주에 성공했다. 수강생들의 보는 눈을 의식한데다 강사가 시킨 건 무조건 해내야만 한다는 마음의 부담 덕분이었다. 수강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은 보람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자유형은 예전의 실력을 되찾는데 성공했지만, 이어서 시작된 평영은 여전히 답보 상태였다. 도대체 나아질 생각이 없고 따로 노는 팔다리에 좌절한 채 두 번째 수강을 마쳤다.


평영은 난리치면 안된다

수업이 없는 수요일, 가기 싫은 몸을 겨우 이끌고 씻고만 오자는 생각으로 수영장에 들어섰다. 일단 도착한 이상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나면 여기까지 온 게 아까워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속으로 뛰어들게 마련이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평영을 반복해 연습했다. 자꾸만 물속으로 가라앉고 진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혼자 답답해하다 한쪽 구석에 멈춰서 옆 라인에서 편안하고도 유연하게 평영을 하는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멋지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다만 꾸준히 부드럽게 나아가는 사람을 보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평영은 난리치면(?) 안된다는 거였다. 난리치지 말고 여유롭게 하리라 마음먹고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신기하게도 난리치는 걸 자제하니 영법이 몸에 익기 시작했다. 바닥에 발을 딛는 간격이 줄어들면서 드디어 평영을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내적으로 환호성을 지른 후 감을 잃지 않으려 한참을 반복한 후 기분 좋게 샤워를 마치고 수영장을 나오니 바깥은 기분만큼 따사롭고 푹한, 한마디로 아이스 라떼 마시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물속에서라도 전진하니 얼마나 다행이야

문득 수영 하나만 해도 충분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하루하루는 더디게 가는 것 같은데,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 요즘이다. 계획한 일을 자꾸 미루고 성과없는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리에 누워 잠자고 일어나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또 다른 하루를 무한 반복해서 사는 기분이랄까. 부유하듯, 끌려다니듯 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몸부림친다는 게 겨우 일당을 버는 일자리를 찾아 나서거나 주변 사람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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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좀처럼 나아지지 않던 영법을 몸에 익히고 물속에서 열심히 나아가듯이 뭐가 되었든 그냥 꾸준히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얻는 게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졌다.

내일도 난 가기 싫은 몸을 이끌고 수영장으로 향할 것이다. 틀림없는 사실은 수영장을 나설 땐 기분이 한껏 좋아지리라는 사실이다.

다이어리에 적힌 할 일의 목록을 다 지우지 못해도, 도대체 누가 왜 내 글을 읽어야 하는지 결코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 끝없이 괴롭혀도 괜찮다. 물속에서라도 앞으로 나아갔다면, 그걸로 충분한 하루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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