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이의 N잡러 일지
주말에 동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빵집인데, 2호점을 내며 아내분이 홀로 남게 된 본점에 일손이 부족하게 되어 급히(?) 투입되었다. 동네 빵집이라지만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는 지역에서 명소로 꼽히는 빵집이다.
주말을 하루 앞둔 금요일 사장님 말로 하면 ‘워밍 업’을 할 겸 첫 출근을 했다. 가게 주변을 정리하고 빵을 만드는 사장님 주변에서 이런저런 일을 돕거나 손님을 맞이하고 계산, 커피 내리는 일처럼 비교적 쉬운 일을 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반죽을 성형하고 팥을 넣어 빵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서 있느라, 손님이 몰아서 올 때는 정신이 없어서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일을 마치고 나선 기분이 아주 좋았다.
딱 하루, 네 시간의 근무를 한 것 뿐이건만, 빵집 사장이 된 미래를 꿈꾸며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기도 했다.
알바를 하며 판매하고 있는 빵들이 우리 밀, 유정란으로 만든 것이며 이 집의 시그니처로 뽑을 수 있는 통밀빵과 올리브 치즈 빵은 설탕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명하다는 이유로 나 역시 몇 번 사 먹은 적이 있지만 어딘지 시큼하고 지나치게 담백한, 익숙하지 않은 맛에 자연스럽게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 맛과 비교했던 기억이 난다.
딱 네 시간 일하며 성형한 반죽이 숙성되고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과정을 본 것 뿐인데, 빵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뿜뿜 솟아 올랐다.
달고 소시지나 치즈가 잔뜩 뿌려져 있거나 크림이 가득한 빵을 좋아했다. 담백하고 몸에 좋은 빵은 나에겐 그저 비싸고 맛없는 빵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자주 가는 극장 근처에 생긴 비건, 페미니즘, 제로 웨이스트를 표방하는 빵집에서 딱 두 개 남아있던 무화과 감빠뉴와 뤼스틱이란 빵을 사 먹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종이봉투에 담긴 빵에서 풍겨 나오는 빵 내음(?)부터 심상치 않더니 단맛이 없는 빵을 한입 가득 뜯어 먹을 때 느껴진 풍미랄까, 아무튼 씹을수록 맛이 깊어지고 뒷맛이 깔끔한 게 정말인지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빵의 맛이었다.
냉동실에 넣어둔 남은 빵을 다 먹고 나면 빵 나오는 시간에 맞춰 가 요것조것 종류별로 맛보리라 다짐을 하던 중, 갑작스레 또 다른 빵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일하게 된 빵집이 프렌차이즈 제과점이 아니라, 재료에 힘을 쓴 건강하고 담백한 빵을 판매하는 곳이라 다행이다. 빵이 만들어지고 구워 나오는 과정을 내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서 갓 구워져 나온 빵 냄새를 온몸으로 맡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내일은 주말이라 오늘보다 훨씬 더 바쁘리라 예상된다. 그래도 빵과 커피 향기를 맡으며 돈도 번다는 마음으로 발걸음 가볍게 눈누난나 빵집으로 출근해야겠다.
싱겁고 질기기만 하던 빵이 맛있어진 것처럼 나의 입맛이 변했듯이 언젠가는 나도 자부심이 가득 담긴 빵을 파는 가게 사장님이 될 줄 누가 알겠는가. (맥락없는 전개)
얼마 전 딱 사흘 일하고 때려친 사진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은 아무런 미래도 그려지지 않았다. 허무맹랑할지라도 미래가 그려진다는 건 좋은 징조다. 그러니까 내일도 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