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or of smallmind
도서관 근무 4일 차, 오늘도 도서관은 적막하다. 첫날부터 정리하기 시작한 서가는 어느덧 자연과학 분야인 400번대로 넘어왔다.
며칠 했다고 요령이 생겨서 좁은 범위로 책을 선별하여 한두 권씩만 들고 옮긴다. 첫날엔 무식하게 책을 쌓아서 나르다가 다음 날 아침 몸살이 났다.
번호가 뒤섞인 책을 가지런히 정리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있다. 먼 곳에 떨어져 있던 똑같은 책이 청구 기호를 통해 만나게 되거나 전집이 번호 순서대로 정리가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오늘도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에서 책을 뽑고 다시 넣는 작업을 하며 내적 만족을 느끼다 퇴근하리라 예상했다. 아이들은 1층에서 음악 줄넘기 수업에 참여하느라 도서관이 위치한 2층엔 올라올 일도 없어보이니 말이다.
잠깐 자리를 비우고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5학년 여자아이를 마주쳤다. 평소와 같이 밝은 목소리로 “김 선생님!”을 찾던 아이는 방금 도서실에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하필이면 이때 자리를 비워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아이와 함께 다시 도서실로 향했다. 주말에 꼬리뼈를 다친 아이는 불편한 걸음걸이로 서가를 둘러보더니 책 한 권을 들고 책상 앞에 섰다. 대출증과 아이가 고른 책을 차례로 스캔하고 책상 한구석에 있던 과자 몇 개를 꺼내 보였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하나 골라서 먹어.”
과자와 책을 들고 도서실을 떠나는 아이에게 다음에도 과자 먹으러 놀러 오라고 인사를 건냈다.
다시 장갑을 끼고 서가로 돌아가 490번대 책을 정리하는데 복도에서 남자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6학년 남자아이 셋과 여자아이 하나가 차례로 도서실에 들어섰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한 후 어서 책을 빌리고 간식 하나 먹고 가라고 하니, 아이들이 차례로 대출한 책과 쿠키 봉지를 들고 도서실을 나섰다.
과자 덕분인지 순식간에 아이들이 몰려왔다. 모두 합쳐 7명이지만 전교생 22명의 학교에서 30%의 학생이 도서관을 이용했다는 사실에 살짝 고무된 채 다시 청구 기호 줄 세우기 작업에 들어갔다.
오늘 도서관의 마지막 이용객은 아들이었다. 반납할 책을 들고 도서실로 향한 아이가 반가워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꼭 껴안아 주었다.(다행히 아이와 나, 단 둘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얼마 되지 않던 간식은 이미 다 떨어진 후였다. 다음에는 네 간식은 제일 맛있는 걸로 ‘따로’ 챙겨두겠다며 사심 가득한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약속했다.
시간이 없어 대출할 책을 고르지 못하고 아이는 순식간에 도서실을 떠났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일하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될 거라는 기대로, 몇 년 전에도 아파트 근처의 공원 안에 있던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방학 때는 아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아이는 엄마가 근무를 하는 동안 책을 읽는 대신 바로 옆 매점에 들락거리거나 공원에서 잠자리나 사슴벌레를 잡으러 다녔다. 그것에도 질렸는지 봉사활동을 하던 세 시간 동안 집에 혼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곤 했다.
학교 도서관 근무를 하는 동안 간식으로 꼬셔서(?)라도 도서실에 자주 들러 엄마가 골라주는 책 대신, 자신이 고른 책으로 저녁 독서를 하는 모습을 꼭 보리라 각오하며 도서실을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내일은 500번대, 기술과학 분야의 책 정리가 시작된다.